나는 뼈속까지 경상도 보리뭉디다!
이 사실이 나 스스로를 으쓱하게 여길 만큼 긍지로 생각하지 않는다.
경상도 보리뭉디로 태어났기에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나이가 40대 후반에 가까워지니, 어름풋한 어릴 적 기억이 자주 떠오른다.
이런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기록으로 남길려고 한다.
오늘 그 첫번째 이야기다.
'에추'. '에취'가 아니다. '에취'는 재치기할 때 나오는 소리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단어는 '에추'다.
아버님은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셨다.
사과는 주로 가을에 수확되는데, 간혹 여름품종이 있기도 했다.
그래도 여름 품종이라고 해도 7월 말 혹은 8월초가 수확시기였다.
농사뿐만 아니라 사업도 그렇다.
돈 들어오는 시기가 집중되는 것보다 연중 내내 골고루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일까 아버님은 여름 사과의 수확시기 보다 빠른 과수를 심으셨는데(40여년전) 바로 '포모사'였다.
과수농사 짓는 사람은 '포모사' 혹은 '후무사'로 칭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그냥 '자두'라 한다.
자두!
'에추'는 자두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에추'라는 단어를 제법 들었는데 요즘은 거의 듣지 못했다.
3~4년전 초등학교 동창회를 했는데 그때 한 친구의 말에 '에추'라는 단어를 들은 후로 지금껏 듣지 못했다.
아쉽게도 아버님이 떠나신 후 그 자두나무를 모두 뽑아냈다.
오래된 나무들이라 경제적 수명이 다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재작년(?) 3그루를 심어놨는데 올해는 약간의 수확을 예상한다.
아내가 잔뜩 기대하고 있다. 그 자두의 신맛 & 단맛에 반해 버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