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어색한 첫 만남에서 쉽게 터 놓고 대화할 분위기를 만드는게 아주 중요하다.
이런 분위기 조장(?)에 감초같은 멘트가 있으니 바로
'고향이 어디냐'
'어느 학교 나왔느냐'
'본관이 어디냐,...'
등등이다.
소위 미끼를 던지는 거다.
상대방이 미끼들 중에서 하나라도 덥석 물게 되면 그 다음 대화는 약간 순조롭게 이어지게 마련이다.
"가족여행?.....그건 당신 사정이고!"
예전 회사다닐 때 금요일 오전까지 급하게 어떤 제품(A제품)을 생산해야 할 상황이 생겼는데(목요일 오후 현재),
부품 하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차질이 발생된 적이 있었다.
사장님의 특급 지시를 받고 내가 친히(?) 나서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에 찾아 갔다.
그 회사 사장님께서는 워낙 베짱이 좋으신 분이시라 부품 재고도 없고 생산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며 일언지하에 나의 요청을 거절하고는 퇴근 준비를 하였다. 나는 일단 회사에 보고를 해야 하니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씀 드린 후 자리를 비웠다.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면서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해 봤다. 일단 사장님과 대화의 물꼬를 터는게 우선이라는 판단을 했다. 근처에 그 회사 직원분이 계시길래 사장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경남 의령이 고향이란다........이 말을 듣고 다시 사장님을 만나러 갔다.
"사장님! 내일까지 고객사에 A제품을 납품하지 못하면,
저는 가족여행을 못가게 됩니다. 부탁 드릴께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족여행?.....그건 당신 사정이고!"
..........
"근데 어디로 여행 가는데요?"라고 되물으신다.
"아...예. 경남 의령에요"라고 난 대답했다.
"예~? 의령요?!"라며 사장님이 재차 확인했다.
결국 이 회사는 그날 밤 긴급으로 부품을 생산하여 우리 회사에 납품하게 되었다.
이제서야 밝히지만 가족여행 계획 같은 것은 애시당초 없었다.
이 회사의 사장님께서는 그날 저녁에 자신의 사무실에 나를 앉혀 놓구서는 의령에 가면 어딜가서 무얼 먹고, 뭘 봐야하는지를 흥분하시며 설명하셨다. 그곳이 바로 의령 메밀소바로 원조 식당인 '다시식당'이라는 곳이다.
3~4년년이 흘러 이제서야 그 사장님께 거짓말 했던 의령으로의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다.
의령장터 바로 옆에 위치한 '다시식당'!
'다시'의 의미가 뭔지 모르겠지만 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다시물'의 그 '다시'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ex, 멸치 다싯물, 멸치 다신물). 사전을 찾아보니 '다시'는 일본말이라고 나온다. 그 뜻은 '가쓰오부시·다시마·멸치 등을 끓여서 우려낸 국물'로서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 '맛국물'이라 할 수 있다.
이곳 '다시식당'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식당이다.
1945년 첫 영업을 한 이래 70여년 동안 오직 메밀소바만을 취급하는 음식점이자,
돈이 된다 싶으면 이내 체인점을 모집하여 본연의 맛을 지키는 것보다는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속성에 물들지 않은 그런 식당이다.
식당 문을 여는 순간 구수한 육수 냄새가 진동했다.
첫 느낌이 너무 좋았다. 메밀소바(메밀국수)의 맛을 잔뜩 기대하게 만들었다.
유명 맛집에서 무덤덤하게 먹는다는 것은.....
워낙 의령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 자리가 없을까 염려했는데 의외로 자리가 많았다.
시끄럽지도 않게 손님들이 무덤덤히 메밀소바를 먹고 있었다.
굉장히 무덤덤하게 말이다.
메뉴는 굉장히 단촐하다. 단촐하다는 말 보다는 집중적이다라는 말이 옳다.
오직 메밀을 재료로 한 음식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후에 알게 된 점이지만 의령장터 내에 위치한 의령소바 프렌차이즈점에는 돈까스도 메뉴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어린애들과 함께온 가족을 위한 배려(?)차원이란다. 그곳은 대기번호표를 받고 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손님들이 많더라!!!
직접 먹어 보지 않았기에 그 프렌차이즈점과 이 곳 '다시식당' 중 어느 곳이 맛있는지는 판가름할 수 없으니 왜 손님이 많은지 적은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역시나 메밀과 나는 맞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 뿐이다.
구수한 육수 냄새는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비빔소바, 냉소바, 메밀만두를 시켜 먹었다.
식당 전체를 진동하던 그 육수의 냄새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
맛이 너무 밋밋했다. 뭐라 특정짓기에는 모든 게 부족한 맛이였다.
아내와 나의 공통된 평가는 차라리 창녕 대중분식당의 메밀이 더 좋다!.
다만 한번의 경험으로 의령 메밀소바 맛집으로 유명한 '다시식당'의 가치를 가늠하는 것이 이치에 벗어난다는 것을 인정한다.
서둘러 메밀소바를 챙겨 먹고서는 의령장내에 있는 망개떡 판매점에서 조그마한 한 상자를 샀다.
가격이 저렴하여 부담없이 먹었다.
주 소 : 경남 의령군 의령읍 서동리 492-4
연락처 : 055 - 573 - 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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