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작년요? 기억도 잘 안나는데요."
삼성 오승환(30)은 역시 무덤덤하다. '돌부처'라는 별명답게 'so so'다. 그래서 삼성은 더욱 강해 보인다.
이미 2승을 선착한 삼성의 기세가 무섭다. SK는 1, 2차전 통틀어 온연히 2점을 냈다. 실책없이 삼성 마운드를 공략해 낸 점수가 딱 2점이다.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빈틈이 없다. 윤성환과 장원삼이 선발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류중일 감독이 그렇게나 강조하던 1+1 전략은 시도해보지도 않았다. 푹 쉰 삼성 마운드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오승환은 지키는 야구의 핵심이다. 2차전에는 완승으로 등판 기회가 없었지만 1차전 3-1로 앞서던 8회 2사 후 등판해 깔끔하게 경기를 매조지었다. 아웃카운트 4개를 잡는데 15구면 족했다. 오승환의 등장곡은 SK에게 장송곡처럼 들렸을 터다.
오승환의 가을야구에도 무적이다. 데뷔 후 포스트시즌 20경기서 방어율이 1.45다. 게다가 한국시리즈만 따지면 14경기서 1승 6세이브 방어율 0.81. 큰 경기에서 다소 흔들리거나, 오히려 더욱 힘을 내는 선수들이 왕왕 있지만 오승환은 그저 불변이다. 개막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막강한 봉쇄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오승환의 얘기를 들어보면 답이 나온다. 멘탈적으로 흔들림이 없다. 1차전 세이브 후에도 소감을 묻자 "별 다른게 있겠느냐"고 툭 내던진다. SK 타자들이 부담스러워한다고 하자 "걔네들이 못쳐서 그런 것"이라고 받아친다. 물어보는 취재진들이 민망할 정도다.
오승환은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 청백전에 많이 나가다보니 경기감각도 어려운 게 없었다"며 "사실 시즌 때와 구속, 구위가 달라진 건 없다. 비슷하다"고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소감을 전했다.
또 오승환은 "작년 한국시리즈 기억이 별로 없다. 잊어버렸다기보다는 뭐 특별한 기억이 없다"며 "이번에도 평정심만 가지고 하던대로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싱긋 웃는다.
압권은 오승환의 각오다.
그는 "SK 타자들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내 컨디션을 잘 유지해 내 볼을 던지는 것"이라며
"상대의 컨디션이 나빠 요행을 기대하기보다 내가 좋아서 잡아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흥(?)이 없이 말했다.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이런 태도로 인해 삼성의 뒷문은 더욱 단단하게 느껴진다. SK는 무조건 8회 이전에 승부를 봐야할 듯 하다.
권기범 기자polestar17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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