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3)
이거슨 '커피'가 아녀. '복분자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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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말에 담았던 '복분자주'를 이번 추석을 기해 시음했다.

추석 전날 밤 사촌내외와 함께 고향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나의 비장의 카드 '복분자술'을 내놓았다. 복분자와 술의 배합비가 적정하지 않아서일까...굉장히 달달하고 복분자의 맛이 아주 강했다.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바디감(body 感. 주석1.참조 )'이 차고 넘쳐 흘렀다. 

그래서 '탄산수'를 조금 넣어 마셔보니 목 넘김이 훨씬 좋았다. 탄산수가 동나자 생수와 희석해서 먹으니 이것 역시 목 넘김이 수월했다. 옆에서 조용히 마시고 있던 재수씨 왈 "술이 아니라 쥬스 마시는 것 같네요".

 

밤이 늦어 자리를 정리할 즈음 남아 있는 복분자술을 사촌에게 줬더니 냉큼 받아가는데, 이런 모습에 나는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커피병으로 위한 체 횟집에 들고간 '복분자술'

추석 연휴 막바지 무렵 여동생내외랑 횟집에서 모임을 했다.이때도 나는 비장의 카드를 가져가 맛을 보였다. 이들의 반응도 위와 다르지 않았다.내년에는 더 많은 양의 복분자술을 담아야겠다.

 

 

주석1. 주로 와인이나 위스키, 커피 따위를 감별할   안에서 느껴지는 느낌. 또는  안에서의 느낌이 무겁거나 묵직한 상태. ko.dict.naver.com/#/entry/koko/c19c88cc7bdc4fda963a7d468cb63e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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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볼거리 - 대신공원 & 내원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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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가득한 대신공원에서.....


추석 때 시월드에서 고생한 마눌의 기분을 달랠 겸해서 부산 대신공원과 내원정사에 다녀왔다. 이른 아침(6시30분경)에 도착하여 가벼운 산책을 시작했는데 인근 주민들이 많이 보였다. 좀더 이른 시간에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넘쳤다. 아름드리 삼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와 도심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가 이곳 대신공원이 주는 큰 매력이다.

대신공원의 삼나무 길대신공원의 삼나무 길


대신공원 운동시설대신공원 운동시설


대신공원 내 주막(?)대신공원 내 주막(?)

등산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만큼, 길은 평탄하거나 약간의 경사가 있다. 그러나 이것도 등산이라면 등산인지라....하산 하면서 주막(?)에 들려 막거리 한 잔하시고 있는 분들도 보인다.





내원정사를 찾아


대신공원 길을 따라 주욱 오르다보면 정상 봉수대 가는 길과 내원정사 가는 길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 가족은 내원정사로 발길을 정하고 잠시 걷다 보면 어느새 내원정사가 나온다.


부산 내원정사부산 내원정사 대적광전

내원정사 대적광전 안에는 거대한 탑을 모시고 있다. 이 탑은 법주사 팔상전을 기본으로 하여 조성되었다고 한다.


여타 절처럼 이곳 내원정사에서도 백일홍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름처럼 백일동안 꽃이 핀다고 해서 백일홍나무가 되었는데, 이 꽃을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별로다. 장미,라일락, 국화나 튜울립은 꽃 한송이로도 그 정체를 밝힐 수 있고, 한송이만을 그림으로 옮길 수 있는데 꽃은 그렇지 못하다. 백일홍 꽃은 한송이만으로는 형편없는 모양새다. 여러 송이가 모여야 제 맛이며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안된다. 멀찌감치 떨어져 봐야만 그 아름다움을 감미할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백일홍나무에서 내가 건져올린 매력은 절대로 건너편의 존재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일홍나무의 매력백일홍나무의 매력

뒷 존재를 완전히 가려 자신만 부각시키는 그런 몰염치한 나무들과는 다르다. 백일홍나무 가지 가지 사이에는 나무 넘어에 있는 배경을 조금씩 조금씩 흘려 조화를 만들어 내다. 이게 바로 동양 미학의 하나이다.


백일홍나무를 감상하는 방법


1. 꽃송이 하나 자체만 감상하지 마라.

2. 나무 너머의 뒷 배경과 같이 감상하라.

=> 멀찌감치에 떨어져서 나무와 배경을 같이 감상하되, 그 뒷 배경을 상상하라...

3. 나무 가지의 곡선을 감상하라.

=> 백일홍나무 만큼이나 가지가 자유분방한 나무는 없다. 삼나무 처럼 직선형 나무가 주는 시원함 못지 않게, 자유분방한 곡선이 주는 자연스러움을 감상하라. 그 자유가 절대로 어지럽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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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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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3번 vs 1달 2~3번, 농도의 차이


여느 해보다 너무 일찍 찾아온 2014년 추석이 어쨋든 지났다.

시월드에서 고생했을 내가 아는 몇몇 여자분들 고생 많았습니다. 마눌 말을 빌자면 남들처럼 1년에 2~3번 정도 고향에 가는 사람들에게는 명절의 필요성이 있을지 몰라도 우리 집안처럼 1달에 2~3번 정도 고향에 가야만 사람들에게는 명절이 그다지....!?



2014년 추석 포스트는 사진 몇개를 중심으로 내용을 채운다.



감쪽같이 팔아버린 감밭


전국적으로 "감나무에 감꽃이 내려앉았다"고 할 만큼 일찌감치 감 풍년을 점치는 분들이 많았다. 감이 흘러 넘치는 감값 폭락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집 감나무는 속상할 정도로 감이 적게 열렸다. 그러니 감으로 재미 볼 일을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런데 의외의 희소식을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 감밭을 밭떼기로 팔았단다. 그것도 작년보다 좋은 가격으로....사연인 즉, 이웃 동네에 감 염색하시는 분이 감물을 얻기 위해 땡감을 매입하신 거다. 동네에서 감농사하시는 어르신들은 올해 감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 고민이 많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는 감이 팔렸다며 한 시름 놓았다고 너무 좋아하신다.



감물 염색용으로 팔린 떫은 감감물 염색용으로 팔린 떫은 감




추석이 마냥 좋은 아이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시골에서 마음껏 뛰어놀수 있어서 추석이 좋은가 보다. 추석 며칠 전부터 아들은 시골에 언제 가느냐고 몇번이고 물어보곤 했다. 시골에는 있는 농기구와 흙이 있어 그들의 상상력을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곤 한다. 자전거에 리어카를 끈으로 이어 흙길을 다니기도 하고, 추석 전날 밤에는 동네와 떨어진 들길에서 불꽃놀이를 할 수 있어 아주 좋아한다. 우리집은 명절 전날밤에 들판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이 전통이 되어 버렸다.


아버님 산소의 마른 잔디를 치우는 아이들


추석 전주 아버님 산소에 벌초하면서 미쳐 다 치우지 못한 잔디를 아이들이 갈퀴를 이용하여 치우고 있다. 한 낮 햇빛이 아직 떠겁지만 아이들이라 그런지 신나게 해치웠다.




대접 받지 못한 사과나무


집앞 과수원과는 달리 산 과수원(Raymond Hills)의 사과나무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몇 나무되지 않고 거리가 있어 올해는 농약을 2~3번 정도 밖에 못했다. 이를 두고 어머니는 "대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라고 안타까워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밖의 수확량이다. 물론 상품성은 떨어진다. 여러 병의 증상이 혼재하고 있다. 내년에 영양부족의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사과 따는 아낙네..야~아!사과 따는 아낙네..야~아!

이 아낙네는 딴 사과를 품에 안고 일한다. 나를 저 사과처럼 좀 품어 줬으면........


제대로 성한 놈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상처투성이다. 심지어 정확한 품종이 뭔지도 모른다. 아버님께서 알아서 심으시고 알아서 따내시고....어머니는 그저 뒷치닥거리만 했기 때문에 어머니도 품종을 모르신다.

제대로 키웠으면 이번 추석에 돈 좀 되었을텐데......

그래도 맛은 괜찮은 편이다.

내년에는 내가 널 보호해주마......

기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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