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5)
영화 '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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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에 개봉된 영화, '남한산성'을 어제 가족과 함께 봤다.

본 영화는 내가 읽은 적 있는 김훈의 '남한산성'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텍스트로 먼저 접한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는지 줄거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인물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애사롭지 않게 다가왔고, 

주위 배경과 인물의 몸짓 속에서도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어 높은 몰입도를 유지하며 감상했다.



좌 : 김상헌(척화파) // 우 : 최명길(주화파)


김상헌!

정확한 이유는 알수 없지만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예조판서 '김상헌'에 대한 나의 애착이 짙어질 것을 느꼈다.


아마도 개인의 안위보다는 나라를 걱정하는 진정성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요.

천한 신분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우릴 수 있는 인물로 묘사된 덕분인 것 같다.

적어도 영의정 김류보다 훌륭한 인품과 능력을 가진 인물은 분명하다(영화속 이야기로는).




영의정 김류


김류!

이 자는 '늙으면 죽어야 된다'는 말에 적합하다. 무능(無能)하고 자기만 아는 그런 인물이다.

자기가 출전한 싸움(승산없는 전투)에 무조건 이겨서 자신의 얼굴을 세울려는 치졸한 작자다.

자기 합리화에만 열을 다하는(어느 직장에나 이런 사람 한두명은 있지)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영의정이라니......그를 임명한 인조는 정말 아둔한 사람이다.





인조!

무능대왕 - 인조


임금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이였다. 누구처럼~ 무능하다. 

"(남은 식량을)아껴서 분배하되, 너무 아끼진 말게 하여라."

이런 명령이 신하에게 내리다니....

'지도력 = 0'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이런 지도자 밑에 있는 제정신 박힌 부하는 정말 힘들다.

이런 지도자가 나라를 맡는다면 나라꼴 장난아니게 망가진다.


과연 나는 어떤 인물인가...

두렵다.

이전 관련글 보기  

 - 영화 '히말라야'

 - 영화 '암살'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발견하다

 - 영화 - 국제시장

 - 영화 '끝까지 간다' = '끝까지 똥줄탄다'

 - 영화 '건축학 개론'을 본 후 내가 그리워 하는 것은..

 - 남한산성 - 김훈 장편소설

 - 남한산성(김훈) - 삼전도 굴욕, 삼전도비

 - 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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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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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문학동네

2015.10.08



 내용보다 김훈에게 집중된다. 

내가 믿고 읽는 작가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산문집이다. 일상 속에서 주제에 얽매이지 않으며 부담없이 쓰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장르의 책이다. 역시 김훈만의 독특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책이다.


Only 김훈만 가능한 독특한 매력은 바로 예리한 관찰과 학습속에서 만들어낸 섬세함이라 생각한다.

그의 대표작 '칼의 노래'에서 전장터 '바다'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파도도 잠들어 있고 인기척 없는 바다의 모습을 두서너 페이지에 걸쳐 다루고 있다. 

내가 글을 읽고 있는 것인지 그 바다를 직접 바라보고 있는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다.

섬세하지만 문장은 짤막짤막하다. 그래서 표현전달이 명확하다.


김훈의 섬세함은 사물을 아주 주의깊게 관찰(사고)한데서 비롯된 것 같다.

김훈의 짤막한 문장은 정제된 언어만 사용했기 때문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의 글을 보면 버릴 단어가 없다.

  

독서록을 작성하면서 책의 내용보다 작가에 집중한 적이 없다.

유독 김훈의 책을 읽으면 내용보다 김훈에게 집중된다.


아래의 내용은 주요 발췌내용이다.

아울러 몇몇 발췌부분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곁들여본다.


 내 마음이 이랬지! 

P57.  물곰국은 인간이 창자뿐 아니라 마음을 위로한다. 그 국물은, 세상잡사를 밀쳐버리고 우선 이 국물에 몸을 맡기라고 말한다. 몸을 맡기고 나면 마음은 저절로 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위안의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 물곰국은 하나의 완연한 세계를 갖는다. 이런 국물은 이 지구상에 울진 말고는 없다.

물곰의 살은 모든 짐승의 고기가 갖는 육질의 짜임새가 없다. 물곰의 살은 근육도 아니고 국물도 아닌 그 완충의 자리에서 흐느적거린다. 그 살은 씹어 삼키는 살이 아니라 마시는 살이다. 이 완충의 흐느적거림이 인간을 위로한다. 물곰 살을 넘길 때, 생선의 살이 인간의 살을 쓰다듬는다. 그 살은 생명 발생 이전의 원형질과도 같은 맛이다. 물곰은 혀로 느껴지는 맛과 목구멍을 넘어가는 촉감이 일치한다.

 

※  몇 해전 거제도 물메기탕(영덕에서는 물곰국이라 한다)을 먹어본 적 있다. 

맑은 지리국이다. 아주 유명하다.

잘 우려진 물메기를 먹으면 생물의 육질(肉質)감을 느낄 수 없다. 

그냥 허물허물한 것이 어떠한 식감없이 그냥 삼켜진다.

당시 이 독특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없었다. 

김훈의 위 글을 읽다보니 당시 '내 마음이 이랬지!'하고 감탄했다.

 

 

 푸에르토 갈레라 화이트비치에서 저녁노을의 환상 

P83. 열대 바다의 저녁은 저무는 해의 잔광이 오랫동안 하늘에 머물러서, 색들은 늦도록 수면 위에서 흔들리고 별들은 더디게 돋는다. 어둠으로 차단된 수억 년 시공 저편을 별들은 건너온다. 별은 보이지 않고 빛만이 보이는 것이데, 사람의 말로는 별이 보인다고 한다. 크고 뚜렷한 별 몇 개가 당도하면 무수한 잔별들이 쏟아져나와 하늘을 가득 메운다. 별이 없는 어둠 속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눈이 어둠에 젖고 그 어둠속에서 별들은 무수히 돋아난다. 별이 가득 찬 하늘에서는 내 어린 날의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  한달 전의 가족 해외여행으로 갔던 태국에서 열대 바다의 저녁을 보고 싶었다.

애석하게도 태국에서는 바다의 저녁을 볼 수 없었다.

이십여전 필리핀 푸에르토 갈레라 화이트비치에서 저녁노을의 환상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계획으로는 1~3년내에 이곳을 가리라 마음먹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김훈의 위 문장을 되씹으면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리라~!


ð  칼의 노래에서 바다를 멋지게 표현해냈던 작가 김훈의 위대함이 다시 한번더 표출된다.

 


 아들의 역사공부에 도움이….. 

P110.  고구려 왕들의 존호는 유교적 세계관의 관념에 물들지 않아서, 삶과 마주 대하는 언어의 건강함을 보여준다. 산상왕山上王(10), 동천왕東川王(11), 중천왕中川王(12), 서천왕西川王(13), 봉상왕烽上王(14)들은 죽어서 그 왕이 묻힌 자리의 이름을 존호로 삼아서 후세에 전했다.

“11월에 왕이 돌아가시니 소수림小獸林 에 장사 지내고 존호를 소수림왕이라고 하였다는 대목이 내가 읽은 [삼국사기]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에 속한다. 소수림은 어디인가. ‘작은 짐승들이 모여 사는 숲이라는 뜻으로 봐서 아마도 국내성 왕궁에 딸린 동물원이 아닐까. 고구려 왕들은 죽어서 강가에 묻히거나 산꼭대기 봉수에 묻히거나 작은 짐승들이 사는 숲에 묻혀서 한줌의 흙을 국토에 보냈고, 그 묻힌 자리의 지명에 불명의 지위를 부여했다. 고구려인들의 강토 사랑은 그처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왕들은 죽어서 자신의 존호를 국토에 포개었다.

광개토대왕 廣開土大王(19)의 존호는 왕의 무덤 자리가 아니라 그 생애의 자랑과 고난을 압축하고 있는데, ‘광개토는 한반도의 모든 임금의 존호들 중에서 가장 사실적이고, 서사적이고, 압도적이고, 다이내믹하다. 광개토대왕은 39세에 죽었다. 그의 아들 장수왕은 97세까지 살았고 그중 78년을 왕위에 잇었다. 장수왕은 장수하기도 햇지만 그의 존호에서는 부왕의 요절에 대한 한이 둗어난다.

※  아들의 역사공부에 도움이…..



  

 늙은 어미의 폭풍질문 

P119. 북한 중국 사이의 두만강 국경은 한반도의 DMZ처럼 삼엄하지는 않지만 월경이탈자를 막기 위해 철조망이 쳐져 있고 북한국 병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버스가 강에 바싹 접근할 대 건너편 초병이 한 명 보였다.

키가 작고 마른 체구에 소총이 힘겨워 보였다. 나이가 몇인지, 군대 생활은 견딜 만한지, 구타나 따돌림은 없는지. 간부들이 보급품을 빼먹지는 않는지, 방산비리는 없는지, 겨울에 보초 설 때 발 시리지 않는지, 고향이 어딘지, 제대는 얼마 남았는지, 형제는 몇 명인지, 장래희망은 무언지, 여자친구는 있는지, 남쪽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싶었으나, 될 말이 아니었다.

※  작가 김훈이 던진 질문을 눈 감고 다시 읊어보면 가슴 뭉클해진다.

홀로 고향에 사시는 늙은 어머니가 몇 해 동안 얼굴 본적 없는 아들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상상해보자!

늙은 어머니의 폭풍 질문!!!!!!!!!!!

아 눈물난다.

 

P174. 지금 정부는 공적개방성을 상실하고 짜장면협회나 상가번영회처럼 사인私人의 이익집단 같은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고 있다.

 

P175.  나는 모든 죽음에 개별적 고통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에 값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명과 죽음은 추상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회복이 불가능하고 대체가 불가능한 일회적 존재의 영원한 소멸이다.

그래서 한 개인의 횡사는 세계 전체의 무너짐과 맞먹는 것이고, 더구나 그 죽음이 국가의 폭력이나 국가의 의무 불이행으로 비롯된 것이라면 이 세계는 견딜 수 없는 곳이 되고 말 것인데, 이 개별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체제가 전체주의다. 이 개별적 고통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어떤 아름다운 말도 위안이 되지 못하고 경제로 겁을 주어도 탈상을 되지 않는다.

국가개조는 안전관리와 구조구난의 지휘부와 조직을 재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뉘우침의 진정성에 도달함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은 좀처럼 개조되지 않는다. 다만 뉘우침의 진정성 위에서 자신을 바뀌어나갈 수 있다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서 뭉개다가 무너질 뿐이다.

 


 돈은 인의예지의 기초다 

P178.  아들아, 사내의 살은 쉽지 않다. 돈과 밥의 두려움을 마땅히 알라. 돈과 밥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지 마고 주접을 떨지 말라. 사내의 삶이란, 어처구이없게도 간단한 것이다. 어려운 말 하지 않겠다. 쉬운 말을 비틀어서 어렵게 하는 자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그걸로 밥을 다 먹는 자들도 있는데, 그 또한 밥에 관한 일일지라 하는 수 없다. 다만 연민스러울 뿐이다.

사내의 한 생애가 무엇인고 하니, 일언이폐지해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다. 알겠느냐? 이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에는 돈보다 더 거룩하고 본질적인 국면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야, 돈이 없다면 돈보다 큰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 라! 돈은 인의예지의 기초다. 물적 토대가 무너지면 그 위에 세워놓은 것들이 대부분 무너진다. 이 사태는 인간의 삶의 적이다. 이것은 유물론이 아니고, 경험칙이다. 이 경험칙은 과거와 매래에 대해서 공히 유효하다. 돈 없이도 혼자서 고상하게 잘난 척하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아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말아라. 추악하고 안쓰럽고 남세스럽다.

~~~~~~그러니 돈을 벌어라. 벌어서 나한테 달라는 말이 아니다. 네가 다 써라. 난 나대로 벌겠다.

※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 돈에 집중하라!

속내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돈을 벌어라는 김훈의 사자문(思子文) 

 


 살려서 돌아오라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P205. 도심을 뒤흔드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는 다급하고도 간절하다. 질주하는 소방차의 대열을 바라보면서 나는 늘 인간과 세상에 대해서 안도감을 느낀다. 재난에 처한 인간을 향하여, 그 재난의 한복판으로 달려드는 건장한 젊은이들이 저렇게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의 인간다움이 아직도 남아있고, 국가의 기능이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작동되고 있다는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인간만이 인간을 구할 수 있고, 인간만이 인간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인간만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그 단순명료한 진실을 나는 질주하는 소방차를 바라보면서 확인한다. 달려가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나는 늘 내 마음의 기도를 전했다.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  나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해 내다니…. 과연 김훈이다.

어느날인가 운전 중에 사이렌소리를 크게 울리면서 소방차가 자동차들 속을 비좁게 나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구출하러 가던 소방차가 오히려 구급상황에 놓이는게 아닐까 할 만큼 위험스러운 질주였다.

만약 내가 소방관이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내 아내, 내 자식, 내 부모가 아니라면 나는 그렇게 질주하지 못할텐데........

갑자기 소방관이 너무 존경스러워 보였다. 

 


 

P233. 이 냄새는  그 여자의 냄새인가 웬 여자의 냄새인가.  이 냄새는 살아 있는 한 여자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냄새인가 아니면 익명성 속에 매몰되어버린 여자 전체의 추상화된 냄새인가.

※  이 절묘한 테크닉!

고농축 초울트라 슈퍼 압축 문장이다.

좋은 광고카피를 보는 듯 했다.


 

P263.  나는 젊은 양희은을 좋아했고 지금도 자주 듣는다. 양희은의 목소리는 힘 있고 맑다. 양희은 목소리의 힘은 세계를 안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자아를 세계 속으로 밀어내는, 공격적인 힘이다.  그리고 양희은의 맑음은 잡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배타적인 맑음이다.  그래서 양희은의 맑음은 부드럽지 않고 거세다. 힘 있고 맑은 소리는 멀리 간다. 양희은의 힘과 맑음이 합쳐지면서 때때로 건전가요풍의 창법을 이루는 대목을 나는 좋아하지 않지만 양희은의 목소리는 멀리 가서, 삶의 전망이라고 할 만한 것에 닿는다. 그때 양희은의 목소리는 세상을 열어젓히는데, 거기가 양희은의 가장 좋은 순간들이다. 그때 양희은은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의 질감으로 거칠고 싱그럽다. 목소리를 통해서 내가 체험한 양희은의 여성성은 여자인 생명의 외로움을 버거워하면서 힘겹게 감당해낸다. 그 여성성은 제도나 인습에 의해서 이미 정형화되고 이미 여성화되어버린 아름다움을 사절하고 있다. 사랑을 노래할 때, 양희은의 목소리는 그리움이나 기다림을 노래하기보다는 사랑과 더불어 와야 할 자유를 노래한다. 그래서 양희은 목소리의 쓸쓸함은 애절하지 않고 강력하다.

 



P312. 그러나 할머니는 그 기약 없는 돌맹이들을 하나씩 골라낸다. 소쿠리에 가득 담아서 밭두렁으로 끌어낸다. 할머니는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앉은뱅이걸으믕로 밭고랑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한다…….마을에 물이 차오르면 할머니도 결국은 별수 없이 이 마을을 떠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 마지막날까지 평상심으로 살아간다.



 

P326. 타향 위에 고향을 건설하지 못하는 한 당신들은 영원히 고아이며 실향민인 것이다.

※  정처없이 떠도는 자, 과거회귀주의자에게 귀싸기 한 대 날리는 따끔한 소리다.



 

P368. 자두는 껍질이 빨갛다. 자두의 생김새는 천하의 모든 과일들 중에서 으뜸으로 에로틱하다. 자두는 요물단지로 생겼다. 자두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적 에로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박의 향기는 근본적으로 풀의 향기다. 풀의 향기가 수부네 풀려서 넓게 퍼진다. 자두의 향기는 전혀 다르다. 자두의 향기는 육향 肉香에 가깝다. 그 향기는 퍼지기보다는 찌른다. 자두를 손으로 만져보면, 그 감촉은 덜자란 동물의 살과 같다. 자두는 껍질을 깎을 필요도 없이 통째로 먹는다. 입을 크게 벌려서, 이걸 깨물어 먹으려면 늘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이 안쓰러움은 여름의 즐거움이다.

※  나는 과일 중 가장 섹시한 과일이 '복숭아'라고 생각한다.

익은 복숭아를 보고 있노라면 뽀얀 얼굴에 볼 부위는 분홍색이 살짝 도는 20대 초반의 여자가 떠오른다. 

그리고 봉숭아털은 아직 아기솜털이 가시지 않은 여자의 풋풋함을 잘 묘사하는 것 같다.

잘 익은 복숭아 맛을 표현할 때 '달다'라고 한다. 

'달다', '달달하다[각주:1]'는 '달콤하다'의 의미로서 이 역시 섹시하다(달콤한 키스).

맛이 '달다'라고 표현하는 과일이 복숭아 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모로 살펴봐도 복숭아는 섹시한 과일의 대명사로 본다.

김훈은 자두의 생김새가 에로틱하다 이야기한다.

그 맛은 육향肉香에 가깝다고 하는데, 정확한 의미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쨋거나 자두를 볼 때면 김훈의 그 느낌을 떠 올리며 눈여겨 봐야 겠다.


이전 관련글 보기  

 - 칼의 노래

 - 남한산성 - 김훈 장편소설

 - 남한산성(김훈) - 삼전도 굴욕, 삼전도비

 -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난다 -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

 - 그리운 사람은 남행을 꿈꾼다




 

  1. '달다'의 경상도 사투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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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김훈) - 삼전도 굴욕, 삼전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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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었던,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의 장소가 삼전도라고하는 이런 치욕을 이른바 '삼전도 굴욕'이라고 하더군요.


삼전도가 어디인지 몰랐던 차에,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삼전도의 위치를 언급한 부분이 나와 있어 옮겨봅니다.

'석촌동 일대는 백제시대에 지배층의 공동묘역으로 흙무덤과 함께 적석총이라고 불리는 돌무지무덤(북한 용어로 돌각담무덤)이 떼를 이룬 것이 특색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흙무덤들은 다 농지로 변해버렸고, 돌무지가 가득한 들판에 인가가 모여 돌마을 또는 돌마리라고 불렸었다. 그런데 일제 때 지적도를 만들면서 한자어로 석촌동이라고 표기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에 들어와 잠실지구 종합개발로 택지가 정비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100여 호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한강변의 안마을로 황포돛대가 머물던 나루터이자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무릎 꿇고 항복했던 치욕의 장소인 삼전도(三田渡)가 여기이며 송파 산대놀이의 고장이기도 하다.'


무식한 제가 짐작했을 적에는 삼전도의 '도'가 섬 島 아니면 길 道 정도이겠지 했는데, 알고보니 건널 渡이더군요. 그런 의미로 보면 '나루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임금이 무릎을 꿇고 항복을 받았던 

청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기념하고자 함은 당연하여 비석하나를 세웠는데 이름하여 '청태종공덕비'라고 합니다.


조선(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름 그대로 굴욕의 증거이기에 되도록이면 지울려고 했던 모양이다.


아래는 위키피디아에 나온 내용을 옮겨왔습니다.


1. 원래는 한강변 삼밭나루터의 항복을 했던 곳에 세워졌다가,

2. 1895년 청일 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하여 조공 관계가 단절되자 강물에 수장시켰다.

3. 하지만 일제 강점기인 1913년에 일제가 다시 세워놓았고, 1945년 광복 직후에 주민들이 땅 속에 묻어버렸다. 

4. 1963년에 홍수로 다시 모습이 드러났고, 여러 차례 이전을 거듭하다가 

5. 1983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송파구 석촌동 289-3번지에 옮겼다.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6. 이후 고증을 거쳐 2010년 4월 25일에 비석이 서 있던 원래 위치인 석촌호수 수중에서 30여m 떨어진 송파구 잠실동 47번지의 석촌호수 서호 언덕으로 옮겼다.

사진출처 : 노컷뉴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무리 치욕의 역사의 산물이라 하더라도 자연훼손과 같은 이유가 아니라면 이를 올바르게 보존해야 하 원래 위치 그대로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것 또한 역사이기에 인위적으로 지울 필요가 없으며,


지우는 것이 일반화 된다면 비리를 저질렸던 힘있는 자들에게

과거의 행위가 치욕이라면 언제든지 마음대로 지우고 조작하는 대의명분을 제공하기 때문 입니다.


관련글 보기  

2013/03/06 - 남한산성 - 김훈 장편소설


2013/02/24 - 칼의 노래


2013/02/19 -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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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김훈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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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소설가 김훈씨의 문체에 대한 독자들의 호불호가 강하더군요.

각자의 입맛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되나, 저는 호(好)의 입장입니다.


김훈 문체에 대한 호평

짧은 제 머리로는 설명할 길이 난감하여 블로그, 인터넷 도서 안내등에 실려진 글을 옮겨봅니다. 

나이들어 글쓰기에 다시 관심을 가질 때 나의 롤 모델은 칼의 노래를 지은 작가 김훈이었다. 김훈 작가의 문장은 읽다보면 음악을 듣는것처럼 문장에서 운율이 느껴지고 그림을 그리는 것 처럼 묘사하는 모습이 상상될 정도였다. 김훈 작가처럼 훌륭한 문장가가 되고 싶었다. 나도 문장을 멋들어지게 쓰고 싶어 김훈 작가 흉내를 내곤 했다.

원문보기 : 산골블로그

그렇습니다. 특히 '칼의 노래'에서 당시 전쟁터 상황을 묘사한 글을 보면 정말 그림을 보는 듯 했습니다. 마치 김훈이라는 사람이 임진왜란 한 가운데에 서서 지켜보며 생중계하는 것 처럼 말 입니다.


이 책은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이라는 책인데요. 전 사실 김훈 작가의 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그분의 문체는 제가 갖고 있지 못한 그런 경지에 이르는 문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저는 좀 글을 굉장히 여성적이고 구어체적으로 쓰는 스타일이라서 김훈 작가처럼 어떻게 보면 남성적이고 수식어를 배제하고 굉장히 강건하게 쓴 필체가 굉장히 부럽기도 하고, 흉내 내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김훈 작가의 책은 저는 <자전거 여행>인데요. 근데 그보다는 역시 <남한산성>에서, 그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그 치욕스러운 기억들을 굉장히 비장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굉장히 돋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독자들에게는 <남한산성>을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식인의 서재 소비학자 김난도의 서재 편에서



주전 vs 주화

책을 읽는 내내,

주전파(김상헌)와 주화파(최명길) 간의 의견충돌 장면에서는 주화파의 주장에 손을 거들게 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역사로서의 병자호란을 익히 접한 터라,

즉 병자호란의 마지막 결말을 알고 있는 후세인(後世人)이기 주화론에 찬성한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병자호란의 '병'자도 모르는 입장이었다면,

전파가 사나이 답고 의(義)와 예(禮)를 중시한다며 응원했을 겁니다.


정세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정보가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해 준 부분이기도 합니다.

소설 남한산성에서 비친 조선의 신하와 임금은 정보의 중요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청나라 황제가 조선땅을 밟았는지도 모르는 정보력,

망월봉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무방비로 상태로 내버려두는 실수 등등이 일어났겠습까...

이런 상황이니 '요놈이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것은 임금이나 신하나 매 한가지였던 모양입니다. 




장님 코끼리 코 만지기.......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니,

서로 갑론을박하며 시간만 축내는 신하들의 대화 내용을 읽고 있자하니,

현장실무는 모른 채 탁상공론에 빠진 오늘의 공무원 세계와 같구나 싶었습니다.


뚜렷한 소신조차 없는 영의정 김류를 보고 있자니, 

역시 살아남는 자는 다르구나 싶어 씁쓸했습니다.


시시콜콜한 사항도 임금에게 알리고,

보고 받은 임금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를 보고 있자하니,

모든 책임을 임금에게 돌리려는 신하의 속셈에 놀아나는 임금이 불쌍하더군요.


마치 눈 먼 사람들끼리, 코끼리의 코만 만져보고, 

어떻게 생겨먹은 짐승인지 판가름하는 작태를 읽고 있자하니,

침소봉대의 세상이 따로 없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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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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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접한 작가 김훈의 책 '칼의 노래'를 읽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일대기는 초등학교시절부터 모두들 접해온 터라, 이순신에 대한 삶을 조명한다던지 하는 것을 애초에 감안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작가 김훈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생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

작가 김훈이 묘사하고 있는 전장의 상황은 마치 그가 현재 바로 그 자리에 전장의 한 중앙에 서서 읽는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처럼 사실감이 돋보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사실감 있는 전달력으로 독자를 책의 내용에 몰입시킬까라는 놀라움으로 읽는 내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작가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어볼 계획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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