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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 지배하는 세상

인물탐구 - 생각하고 몰입하고 미쳐라 - 이준희 옥션 창업자


생각하고 몰입하고 미쳐라-이준희 옥션 창업자

이준희 _ 옥션 창업자. 원어데이 대표

"생각하고 몰입하고 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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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사실상 대한민국 최초의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옥션이 탄생했다.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이전인 그때, 옥션을 세상에 내놓은 인물이 바로 이준희 대표다. 그는 놀라운 사업 수완을 발휘해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으며, 창업한지 5년 뒤인 2001년에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업체인 이베이에 1700억 원이라는 놀라운 금액을 받고 회사를 매각했다. 옥션 매각은 당시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인터넷기업 역사에 획을 긋는 일로 기억되고 있다. 회사를 매각한 이 대표는 그 후 동영상콘텐츠 포털 ‘디오데오’를 창업했고, 다시 2년간 제조업에 투신해 일했다. 지난 2007년 초부터는 하루에 단 한 가지 상품만을 판매하는 쇼핑몰인 ‘원어데이(www.oneaday.co.kr)'를 다시 창업했다.



-사업을 일찍부터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맨 처음 사업은 국도변의 휴게소였습니다. 1992년의 일이었지요. 휴게소를 하다 보니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사람을 좀 만나지 않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옥션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휴게소 할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었지만 말입니다(웃음).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에 미국의 우표경매 사이트를 발견했는데 거기에서 많은 우표상들이 사업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 사이트에서 판매만 하며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 이 사업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계속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옥션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실 구상 기간도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우표경매 사이트를 본 지 한 달 뒤에 사업을 시작 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떻게 사업을 할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습니다. 생각을 하고 또 하고 하니까 길이 열리고 기회도 생겼습니다. 1997년에 옥션을 시작했는데, 당시 인터넷 인구가 30만 명 정도 밖에 안됐습니다. 인터넷 서핑이 대중적으로 가능해지기 시작한 때가 1996년 정도부터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찌 보면 다소 무모한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초창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물론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초창기에 옥션은 보잘 것이 없었습니다. 약 1년 동안 방문자 수가 거의 늘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전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인터넷 사용자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인터넷 인구가 30만 명 정도였고 천리안과 하이텔 같은 통신 인구가 500만 명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옥션을 창업할 때에도 인터넷 쪽으로 할 것인가 통신 쪽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큰 물결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고 결국 그 쪽으로 선택한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쪽으로 가닥을 잡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당시에 인터넷 가입자 변화에 대한 통계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측면, 편리성, 멀티미디어, 그래픽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인터넷 쪽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통신 쪽에서 우리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추진한 대기업은 큰 손해를 봤습니다.


-사업에 터닝포인트가 된 시점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당시는 지금과 달리 사용자에게 모든 것을 다 가르쳐주어야 했었습니다. 콜센터에서 옥션 사이트에 대한 문의뿐만 아니라 PC를 어떻게 켜고,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까지 세세하게 다 알려줘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옥션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주기로 했습니다. 당시 ‘KTB’ ‘미래와사람’ 등 몇몇 투자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았었는데, 그로 인해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서 1만 명에게 10만원을 나눠주고 옥션을 사용하도록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벤트는 대성공이었고 옥션을 알리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이 옥션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옥션에 투자한 회사에 하나가 ‘히카리’라는 일본 업체였는데,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인터넷 업체는 우리가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26억 원 정도를 투자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투자를 받은 이유는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까?

자금 문제도 있지만, 투자를 받는 것 자체가 사업성을 인정 받는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하기 전에 투자업체에서 우리 회사에 대한 기업분석을 하기 때문에, 그 쪽에서 투자를 결정한다는 건 결국 우리 아이템에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국내투자자가 아닌 일본업체로부터 투자를 받을 경우, 사업의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고 다른 투자를 유치하는 좋은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옥션을 이베이에 매각하셨는데,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을 좀 말씀해주십시오.

사실 매각 결정 이전부터 이베이와 몇 차례 접촉을 했었습니다. 매각을 결정할 당시에는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인터넷 관련주들의 가격이 추락하던 시점이었습니다. 옥션 직원 중에도 우리사주를 샀다가 빚을 지게 된 사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4만원에 구입했던 주식이 만원까지 내려갔으니까요. 많은 직원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공모주를 배정 받았었는데, 그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베이 관계자를 만났고, 옥션 인수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직원들 손실분을 해결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고,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을 겪었는데 다시 벤처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 옥션은 지금 쓰고 있는 사무실보다 더 작은 곳에서 시작했습니다. 친구 사무실에 책상 하나 놓고, 600만 원짜리 조립식 서버를 구입해서 일을 벌였으니까요. 그런데 1년 정도 지나서 투자를 받고 들어간 사무실은 단면적만 400평이었습니다. 그 공간을 12명이 썼지요. 하지만 3개월 만에 그 사무실이 꽉 찼고, 6개월 뒤에는 그것도 모자라서 3개 층을 썼습니다. 어쩌면 그런 마술 같은 일을 다시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에 고용되어 근무하신 경험은 없으신지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조직 생활을 오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직 생활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닥치면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생각을 할 때 책에다 낙서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낙서를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다 보면 조직도도 그려지고, 어려운 문제도 풀리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조직생활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옥션에 필요한 조직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조직생활을 한 뒤였다면 타성에 젖어서 그런 조직을 만들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버셨을 텐데 다시 벤처로 돌아온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까?

제가 팔자가 그렇답니다. 돈도 제법 있으니 사무실도 좋은 곳에 구해서 시작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고 그냥 조그맣게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게 행복합니다.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좋습니다. 한두 명이서 회사를 시작해서 점차 커져가는 기쁨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결코 사무실 임대료나 받으며 사는 삶을 살지 못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맛을 느껴본 사람이면 그런 느낌을 알 것입니다. 원어데이도 옥션처럼 잘될지 확신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주위에서 ‘옥션이 그냥 잘된 건 아니었구나.’ 하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현재의 인터넷 환경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한때 대한민국은 적어도 인터넷 분야에 있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를 한참 앞서갔었습니다. 어찌 보면 해외에서 대접을 받는 유일한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차이가 거의 없어진 듯한 느낌입니다. 제 바람입니다만, 그때처럼 인터넷 부문에도 한류가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옥션도 그렇고 지금까지 제가 해온 일들은 제 머리가 남들보다 굉장히 뛰어났기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었습니다. 대신 그 쪽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많이 생각하는 사람에게 좋은 아이디어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 분야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틀림없이 남들보다 두 배, 세 배의 아이디어가 나올 것입니다.


이 글은 도서출판 페가수스에서 출간한 <한국의 젊은 CEO들>에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책의 상세한 내용을 살펴보시려면 인터파크 교보문고 YES24 의 책 소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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