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몰입하고 미쳐라-이준희 옥션 창업자
이준희 _ 옥션 창업자. 원어데이 대표
"생각하고 몰입하고 미쳐라"
-사업을 일찍부터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맨 처음 사업은 국도변의 휴게소였습니다. 1992년의 일이었지요. 휴게소를 하다 보니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사람을 좀 만나지 않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옥션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휴게소 할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었지만 말입니다(웃음).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에 미국의 우표경매 사이트를 발견했는데 거기에서 많은 우표상들이 사업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 사이트에서 판매만 하며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 이 사업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계속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옥션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실 구상 기간도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우표경매 사이트를 본 지 한 달 뒤에 사업을 시작 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떻게 사업을 할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습니다. 생각을 하고 또 하고 하니까 길이 열리고 기회도 생겼습니다. 1997년에 옥션을 시작했는데, 당시 인터넷 인구가 30만 명 정도 밖에 안됐습니다. 인터넷 서핑이 대중적으로 가능해지기 시작한 때가 1996년 정도부터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찌 보면 다소 무모한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초창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물론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초창기에 옥션은 보잘 것이 없었습니다. 약 1년 동안 방문자 수가 거의 늘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전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인터넷 사용자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인터넷 인구가 30만 명 정도였고 천리안과 하이텔 같은 통신 인구가 500만 명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옥션을 창업할 때에도 인터넷 쪽으로 할 것인가 통신 쪽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큰 물결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고 결국 그 쪽으로 선택한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쪽으로 가닥을 잡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당시에 인터넷 가입자 변화에 대한 통계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측면, 편리성, 멀티미디어, 그래픽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인터넷 쪽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통신 쪽에서 우리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추진한 대기업은 큰 손해를 봤습니다.
-사업에 터닝포인트가 된 시점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당시는 지금과 달리 사용자에게 모든 것을 다 가르쳐주어야 했었습니다. 콜센터에서 옥션 사이트에 대한 문의뿐만 아니라 PC를 어떻게 켜고,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까지 세세하게 다 알려줘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옥션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주기로 했습니다. 당시 ‘KTB’ ‘미래와사람’ 등 몇몇 투자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았었는데, 그로 인해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서 1만 명에게 10만원을 나눠주고 옥션을 사용하도록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벤트는 대성공이었고 옥션을 알리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이 옥션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옥션에 투자한 회사에 하나가 ‘히카리’라는 일본 업체였는데,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인터넷 업체는 우리가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26억 원 정도를 투자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투자를 받은 이유는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까?
자금 문제도 있지만, 투자를 받는 것 자체가 사업성을 인정 받는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하기 전에 투자업체에서 우리 회사에 대한 기업분석을 하기 때문에, 그 쪽에서 투자를 결정한다는 건 결국 우리 아이템에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국내투자자가 아닌 일본업체로부터 투자를 받을 경우, 사업의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고 다른 투자를 유치하는 좋은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옥션을 이베이에 매각하셨는데,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을 좀 말씀해주십시오.
사실 매각 결정 이전부터 이베이와 몇 차례 접촉을 했었습니다. 매각을 결정할 당시에는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인터넷 관련주들의 가격이 추락하던 시점이었습니다. 옥션 직원 중에도 우리사주를 샀다가 빚을 지게 된 사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4만원에 구입했던 주식이 만원까지 내려갔으니까요. 많은 직원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공모주를 배정 받았었는데, 그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베이 관계자를 만났고, 옥션 인수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직원들 손실분을 해결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고,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을 겪었는데 다시 벤처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 옥션은 지금 쓰고 있는 사무실보다 더 작은 곳에서 시작했습니다. 친구 사무실에 책상 하나 놓고, 600만 원짜리 조립식 서버를 구입해서 일을 벌였으니까요. 그런데 1년 정도 지나서 투자를 받고 들어간 사무실은 단면적만 400평이었습니다. 그 공간을 12명이 썼지요. 하지만 3개월 만에 그 사무실이 꽉 찼고, 6개월 뒤에는 그것도 모자라서 3개 층을 썼습니다. 어쩌면 그런 마술 같은 일을 다시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에 고용되어 근무하신 경험은 없으신지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조직 생활을 오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직 생활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닥치면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생각을 할 때 책에다 낙서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낙서를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다 보면 조직도도 그려지고, 어려운 문제도 풀리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조직생활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옥션에 필요한 조직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조직생활을 한 뒤였다면 타성에 젖어서 그런 조직을 만들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버셨을 텐데 다시 벤처로 돌아온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까?
제가 팔자가 그렇답니다. 돈도 제법 있으니 사무실도 좋은 곳에 구해서 시작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고 그냥 조그맣게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게 행복합니다.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좋습니다. 한두 명이서 회사를 시작해서 점차 커져가는 기쁨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결코 사무실 임대료나 받으며 사는 삶을 살지 못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맛을 느껴본 사람이면 그런 느낌을 알 것입니다. 원어데이도 옥션처럼 잘될지 확신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주위에서 ‘옥션이 그냥 잘된 건 아니었구나.’ 하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현재의 인터넷 환경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한때 대한민국은 적어도 인터넷 분야에 있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를 한참 앞서갔었습니다. 어찌 보면 해외에서 대접을 받는 유일한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차이가 거의 없어진 듯한 느낌입니다. 제 바람입니다만, 그때처럼 인터넷 부문에도 한류가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옥션도 그렇고 지금까지 제가 해온 일들은 제 머리가 남들보다 굉장히 뛰어났기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었습니다. 대신 그 쪽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많이 생각하는 사람에게 좋은 아이디어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 분야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틀림없이 남들보다 두 배, 세 배의 아이디어가 나올 것입니다.
이 글은 도서출판 페가수스에서 출간한 <한국의 젊은 CEO들>에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책의 상세한 내용을 살펴보시려면 인터파크 교보문고 YES24 의 책 소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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