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청도의 가을은 '감시즌'으로 화려해진다.
주황색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집안밖을 둘러싼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장관이다.감수확 후 잎이 노랗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고향 동네의 모습은 환상이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결코 화려하지 않고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런 풍경을 내려다 보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 처럼 펼쳐진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감 시세가 좋지 못할 때는 무게감이 더 가중된다.
장숨의 위력을 깨닫다.
감따는 작업은 정말 지루하다. 일반적으로 청도 반시 감나무는 높고 크다. 사다리를 이용하거나 나무에 직접 올라가서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 한 그루의 감을 딸려면 남자2명 기준으로 약 30분 정도 걸린다. 작업의 진도가 굉장히 느리다.
감밭을 바라보면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다 따나.....하는 한숨이 든다. 하지만 객지에 나와 사는 사람들은 대충 일하다 떠나면 그만이다. 남겨진 몫은 고향에 터 잡고 사시는 분들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네 엄마 아버지는 더디지만 묵묵히 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딴다.
1주일에 한번씩 고향에 내려가보면 수확을 마친 나무들이 제법 많이 늘어가는 걸 본다. 비록 조금씩이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감을 따다 보니 수확완료된 나무들이 서서히 많아진 것이다. 여기서 나는 단(短)숨이 아니라 장(長)숨의 위력을 깨닫게 된다.
홍시는 사랑을 실고~~~~
거의 매주 일요일이면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 일을 도와 드린다.
그러다 보니 2가지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첫째는 공인중개사 시험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요.
둘째는 가족(아내, 아들)과 함께 일요일의 느긋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주전 일요일, 역시나 고향에서 감 수확 작업을 하는데 아내가 문자메세지를 보내왔다.
"감홍시를 가져오라고...."
한 두개씩 달려 있는 자연산(?) 홍시를 조심스럽게 따다가 모아뒀다. 그런데 이 홍시들을 까먹고 그냥 김해로 돌아와 버렸다. 아내는 많이 섭섭하고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말도 안되는 사랑부족을 탓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확실하게 홍시를 챙겨왔다.
홍시를 아내에게 건네면서 내가 던진 한마디...
"됐냐? 됐어?!"
홍시는 사랑을 실고....청도 감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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