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휴가 여행 후 간만에 가지는 가족나들이 코스로 통영에 다녀 왔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통영을 택한 게 아니라, 아는 지인의 회사 보유 팬션 예약이 통영 밖에 되지 않아 그리된 것 입니다. 해서 통영이라는 지역에 대한 여행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떠났습니다.
동행한 지인 가족과 같이 오붓하고 조용히 쉬다 오자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여행지, 통영에 대한 촌평은 기대 대비 대만족이었습니다.
통영시내 자체가 관광코스 입니다. 통영 시내 외곽이 뿐만 아니라 시내 한 가운데 여러 둘러볼 수 있는 기념 공간이 많았기 때문 입니다.
우선 통영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남망산 조각공원 입니다.
그러나 이 곳의 압권은 '조각' 전시물이 아니라 바로 통영 앞바다 입니다.
조각공원에서 내려다 본 통영 앞바다
부산에 살아 본 사람으로 부산 앞 바다와 비교해 볼때, 통영 앞 바다가 못할 게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부산 앞 바다는 고층빌딩 때문에 사람냄새가 별로 인 반면에 이곳 통영은 억세게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과 아련한 지난 시절의 장면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청마문학관 입니다.
'청마'가 누구일까요...
지난 1942년 만선일보에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기획연재에서 유치환이 일제를 옹호하는 친일 산문을 써 친일행적 논란이 일으킨 '유치환'선생입니다.
문학관 위쪽에는 생가가 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별로 볼게 없지만, 옛 사람의 향기를 맡기에는 좋았습니다. 특히 여러 문학가와 주고 받은 몇 통의 편지들이 눈길을 잡았습니다.
세번째로 들린 곳은 바로 동피랑 마을 입니다. 알고보니 동피랑 마을은 몽마르뜨와 같은 분위기라고 한다네요. 동피랑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듣는이로 하여금 친숙함을 불러오게 합니다.
이곳은 비탈진 곳에 허물어져 가는 주택단지 입니다. 그런데 이곳이 유명하게 된 것은, 골목골목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워졌기 때문 입니다. 부수고 새로 짓는 삽질형 개발논리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간단한 아이디어 접목 하나로 유명한 관광지가 된 곳 입니다.
다만 집들이 워낙에 촘촘하게 들어앉아 있고 도로가 좁다보니 관광객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주민에게 소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입단속을 해야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런 곳에 어떻게 살아....", "정말 낡아 빠졌다."등의 헛소리가 무심결에 나올 수 있으니 말 입니다. 이런 말들이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요즘 통영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좋은 풍경을 손쉽게?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 동피랑 마을 꼭대기에서 충분히 통영 앞 바다와 시내의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만일 한려해상수도의 멋진 경치를 편하게 감상할 분은 '케이블카'가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다음 코스로 찾아 간 곳은 바로 충렬사 입니다. 이순신 장군을 모신 사당 입니다. 네비게이션이 위치를 잘못 안내해 준 덕분에 웃지 못할 상황도 잠깐 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유물 전시관을 먼저 보았는데, 정말 초라했습니다. 안내판을 보지 못했다면 화장실인 줄 알았습니다. 오래 전에 만들었는지 건물디자인이 역사명승지에 옆에 있는 화장실과 흡사했습니다.
그러나 실망을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사당쪽을 다가 갈 수록 오랜 역사의 향기가 전해 졌습니다. 그리고 아름더리 은행나무의 노랑잎이 늦가을 햇살을 받아서 선명한 느낌을 전해 주었기 때문 입니다.
첫 날의 마지막 코스는 해저터널 이었습니다. 일제시대 때 만들어 진 것이라 합니다. 당시의 토목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점을 생각해 볼 때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의외로 단순한 방법으로 접근했더군요. 바로 바닷물을 막아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통영 '해저터널'의 색다른 점은 바로 생활 속에 묻어 존재한다는 것 입니다. 일반적인 관광지는 현지인의 발걸음보다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많은 곳 입니다. '해저터널'은 바로 바다 건너 저편 마을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지름길 역할을 하는 하나의 '통로'입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교복차림의 학생들, 운동복차림의 아주머니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관광객들은 허전한 맛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상상을 못하더군요.
해저터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
통영 여행이 주는 또 다른 묘미는 '일본풍'을 조금 느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아래 사진은 해저터널 출발 포인트 앞에 있는 어느 주택 입니다. 대충 보아도 우리나라의 가옥구조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일본식으로 지은 주택 입니다.
해저터널 입구에서 찾은 일본풍 주택
중앙듸젤 !
'디젤'이 아니라 '듸젤' 입니다. 마치 70~80년대 사용했던 표기법 입니다.
바로 통영에서는 느낄 수 있는 맛은 과거 기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청마문학관 주차장에서 찾은 '중앙듸젤'간판
이렇게 첫 째날 코스를 마치고 숙소로 예약해 놓은 팬션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다른 손님들은 없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팬션위치는 통영과 거제도 다리가 있는 곳으로 건너편 거제도의 야경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팬션 여행의 백미는 데크에서 구워 먹는 바베큐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 여행에 준비한 고기는 목살과 삼겹살이었습니다. 장모님께서 하시는 고기집 '불타는 껍데기'에서님들에게 제공하는 고기 그대로를 가져왔습니다.
팬션 여주인이 바베큐를 맛있게 굽는 방법을 설명하시면서
"정말 좋은 고기를 가지고 오셨네요. 이렇게 두꺼워야 맛있게 구워 집니다"라며 시범으로 구워 주셨습니다. 고기 살점 하나를 입안에 넣으니 육즙이 입안에 가득 펴지면서 부드럽고 맛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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