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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얼씨구 좋구나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아요

1. 지난 토요일에는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실시하는 '부모와 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작년까지는 이런 행사가 없었는데 올해부터 새로 시작된 모양입니다. 그냥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는 부담없는 것이라 생각해서 면담 신청을 했습니다.


2. 4월들어서 아들의 행동에서 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숫자공부 글자공부에 지나치게 거부반응을 하는 것도 당연지사 이겠지만, 억지와 고집을 부리는 것이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러한 아들의 행동이 염려되어 아내와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아내도 동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3. 지난 주에는 아들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빠! 오늘 나 선생님한테 혼났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유를 물으니, 
"내가 그린 그림이 엉망이라고 혼내더라"라는 대답을 하더군요. 그래서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않아서 그랬겠지"라며 응수를 하니 아들은 완강하게 "아니냐. 대충 그린게 아니란 말이야"라며 자신을 옹호 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또 선생님께 혼났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물으니 복도에서 떠들어서 혼났다고 하였습니다. 네가 잘못해서니 혼나는 건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다른 친구도 같이 했는데, 왜 나만 혼나야 돼"라며 불만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순간 저도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어린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억울할 법 해서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른 유치원에 다닐래?" 라고 말 입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아니. 언제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라고 대답하더군요.



4. 이런 전후 사정을 토대로 면담일자에 아내와 같이 유치원에 갔습니다. 담임 선생님 여자분이라서 좀 부담스러웠고, 아내가 워낙 사리분별있게 잘 행동하는 스타일이라 아내 혼자 면담실에 들어갔고 저는 유치원 놀이터에서 아들과 같이 놀았습니다.....



5. 면담을 마치고 나온 아내에게 결과를 물으니, 
아들의 말이 일부 사실이었지만 
오해의 부분도 있다고 하더군요. 다른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 명랑하고 활동적인 성격과 더불어 리더십도 뛰어나지만, 산만하다 그래서 조기에 교정을 하지 않으면 인격 형성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참 심난한 토요일 낮이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해맑게 잘 자란 아들이 왜 갑자기 변한 것일까라는 물음이 머리 속에서 내내 웅웅 거렸습니다. 기분도 달랠 겸해서 가까운 공원을 거닐었습니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될거라서 공부를 좀 타이트하게 시켰는데 이 부분이 아들에게 크나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나 봅니다. 사실 아들은 노는 것을 엄청나게 좋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제가 놀아주는 것이 버거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같이 놀자고 하면 제가 거부의사를 자주 밝혔습니다. 그러면 아들은 이렇게 말 했습니다.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지. 맨날 공부 안 한다고 화만 내고 말이야"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6. 그래서 놀 때는 확실하게 놀아주자는 심산으로 일요일에 삼락강변공원으로 갔습니다. 아내는 김밥과 음료수 등을 챙겨 준비했고 저는 아들이 좋아하는 트라이더, 축구공을 준비해서 갔습니다. 낙동강변을 끼고 있어 강가에서 조개껍질도 주울 수 있고 또한 넓직한 잔디밭도 있어 아들이 뛰어놀기에 안성마춤이었습니다.


간만에 아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 '그래 이게 행복이지. 아들아 나를 용서해 줘. 그런데 공부는 멈출 수 없는 거란다'라고 속으로 텔레파시를 던졌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텔레파시가 전달되지 못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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