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4. 17:07, 경영이 지배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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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매전문가 시대 ]
중견건설업체인 A사에서 10년째 구매업무를 맡고 있는 K차장은 요즘 안 그래도 바쁘던 업무가 더 바빠졌다.
철근, 모래,레미콘을 비롯한 주요 자재품목의 조달상황에 대해 담당임원은 물론 경영지원본부장과 부사장에게까지 수시로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분양가상한제와 조달시스템 개선, 유가 급등과 원화 강세 영향, 국제원자재와 철강재 가격.수급 전망, 새 정부의 건설 정책 및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자재 수급 영향 등 난이도가 높은 주제를 놓고 임원들에게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구매팀 업무는 하루 몇 차례씩 자재조달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고 전국 현장의 긴급한 요청과 민원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협력업체들을 관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런데 경영진의 업무보고 지시가 잦아지면서 안 그래도 늦은 퇴근시간이 더욱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가 상승.수익성 하락
구매 담당자들의 업무가 점점 바빠지고 있는 것은 조달원가 상승 및 수익성 하락 추세와 관련이 깊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조달원가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최저가낙찰제 확대 및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으로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구매 업무 효율화를 통한 원가절감이 건설업체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도 자재 구매에 대해 예전 같지 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결과적으로 구매업무의 비중이나 구매담당자들의 역할과 책이 커졌다는 것이다.
주택건설업체인 B사의 구매팀장은 "매출이 1조원 수준인 중견건설업체라면 1년에 대략 4,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건설자재 구매에 투입하게 된다"며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구매 업무를 통해 만약 조달비용의 1%를 절감할 수 있다면 40억원의 순이익이 새로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들어 철근 등 일부 자재는 가격과 관계없이 제품조달 자체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현장 공정이 멈춰설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럴 때 구매조달 담당자의 시장분석 및 위기관리능력에 따라 막대한 피해가 발행할 수도 있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C사의 외주구매 담당 임원도 "최근 국제 원자재값 상승을 계기로 철강재와 석유화학제품, 골재와 레미콘 등 거의 모든 품목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구매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급 상황이나 가격 동향이 건설업체 불리할수록 오히려 시장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경험과 통찰력, 협력업체과의 긴밀하고 우호적인 관계, 납기 및 품질관리능력이 긴요해진다는 것이다.
C건설사의 한 관리담당 이사는 "관리본부 내 구매담당 부서에 5~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구매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자재파동 등 비상시에도 위기를 헤쳐나가기가 훨씬 수월하다"며 담당 인원 입장에서는 난감한 조달정책을 결정할 때, 비록 부하직원이라고 할지라도 크게 의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리지 아닌 전문가 키워야
그러나 구매전문가로서 필요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구매전문가가 습득해야 할 기본 요건으로는
- 구매원가분석 및 관리 능력
- 구매협상능력
- 법무&세무관계 지식
- 구매품질 관리능력
- 납기 및 조달물류관리
- 공급 협력업체 관리 & 평가 & 육성
- 기타 외국어 능력 등을 들 수 있다.
또 이런 기본 요건과 함께 건설공사의 전 공정에 대한 이해, 건설 연관산업에 대한 이해, 그리고 품목별 수급 및 가격 변동 사이클에 대한 이해 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경험이 필수적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는 기초자재와 원부자재, 마감자재 등 수만여 종에 이르는 품목을 다뤄야 하므로 어느 제조업종보다 많은 학습시간과 업무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구매전문가를 양성해 조달 경쟁력을 갖추고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려고 한다면 충분한 시간과 교육연수 및 연구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구매팀 직원들에게 단순 구매 등 일반관리직 역할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 경향도 많다.
가령 매출 1조원 안팎의 중견건설업체에서도 구매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3~4명에 불과한 사례가 많다.
그러나 1개 시공 프로젝트에서만 수백 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입찰, 가격협상, 계약업무를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3~4명의 직원이 전죽 수십 곳의 기존 신규 프로젝트에 자재를 조달하려면 계약서 작성 같은 서류작업 이상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인사시스템 갖추고 투자 늘려야
구매팀 소속 직원을 일반관리자가 아닌 구매전문가로 키워내려면 무엇보다 인사시스템이 바탕이 돼야 한다. 건설업체가 '순환 보직'을 강조하다 보면 직원들이 전문가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업무에 안주하게 마련이다.
구매 담당자들은 "구매 업무를 맡고 나서 3년이 지나야 초급 수준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5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국내외 시세 흐름을 통찰하는 눈이 생기며 10년이 지나면 고급 전문가가 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러나 기업 방침에 따라 10년을 넘기는 경우도 있고 2~3년을 못 채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업방침에 따라 업무기간이 3년 미만으로 예고돼 있는 입장이라면 담당직원이 단기적인 실적에만 매달리게 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업체 육성이나 리스크 관리능력에는 관시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정 경험을 갖춘 젊은 직원을 선발한 뒤 일정한 교육 근무과정과 훈련을 거쳐 전문가로 양성하는 인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형건설업체에서는 국제공인 구매전문가(CPM) 또는 공인 구매.자재관리사(KPM) 자격을 따도록 일부 직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CPM은 미국 구매자재관리협회(ISM)가 197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구매 분야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자격증인데 최소 3년의 구매 업무경력을 갖춘 사람이 구매 프로세스, 공급환경, 가치전략, 관리 등 4개 모듈의 전문지식을 평가받아야 획득할 수 있다.
또 KPM은 구매관리, 해외조달, 자재관리, 원가분석 등 부문별로 자격을 취득하되 5년 경력과 함께 4개 부분 자격을 갖추면 최고위(TOP) 자격을 부여해 전문성을 인정해 주고 있다.
대형건설사인 CTK 구매기획팀장은 "구매담당자 중에서 해마다 1~2명을 선발해 CPM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및 수험비용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해외건설시장 활황과 함께 해오 부붐에서의 조달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구매담당자 모임인 건자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구매 업무를 형식적인 서류작업으로 이해하는 풍토가 많았고 한편으로는 갑을관계의 '갑 대행'으로만 평가절하하던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원가절감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일반관리직이 아닌 '스페셜리스트'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운 기자 peace@cnews.co.kr
< 미국선 'CPO(최고구매책임자)'각광 >
국내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구매 전문가들의 가치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최고구매책임자(CPO : Chief Purchasing Officer)자리를 신설해 제품 조달과 관련한 경영활동을 도맡게 할 만큼 구매담당자의 역할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유가와 금속, 곡물 등 상품가격 급등과 함계 구매책임자들이 비용 절감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날이 갈수록 구매 업무가 복잡해지고 전문성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구매책임자들이 연봉이나 승진, 이직 측면에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IBM을 비롯해 알코아, 사라리 등 일부 대기업에서는 CPO직책을 신설한 뒤 이들이 직접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제품조달정책을 수시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은 @국제적으로 테러나 파업 등으로 원료,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살펴 안정적인 조달처를 확보해야 하고 @ 중국산 제품의 품질,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재료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 잦은 해외시찰, 출장을 통해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습득, 조달 정책에 반영하는 일도 구매 전문가들의 몫으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유가와 금속, 곡물 등 상품가격 급등과 함계 구매책임자들이 비용 절감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날이 갈수록 구매 업무가 복잡해지고 전문성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구매책임자들이 연봉이나 승진, 이직 측면에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IBM을 비롯해 알코아, 사라리 등 일부 대기업에서는 CPO직책을 신설한 뒤 이들이 직접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제품조달정책을 수시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은 @국제적으로 테러나 파업 등으로 원료,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살펴 안정적인 조달처를 확보해야 하고 @ 중국산 제품의 품질,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재료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 잦은 해외시찰, 출장을 통해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습득, 조달 정책에 반영하는 일도 구매 전문가들의 몫으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 - 양규영 테크넷21 대표 >
- 건설 자재 구매.영업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의 구매조달 환경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구매 담당자들이면 누구나 경험하고 있겠지만 어느 때보다 여건이 나쁘다. 전통적인 공급자 우위 품목은 물론이고 수입 대체제나 심지어 공급 과잉 품목까지 원가 상승 요인이 높아져 담당자들의 고민이 크다. 갈수록 원부자재의 가격 변동폭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 요인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 이럴 때일수록 구매담당자나 구매전문자들의 역할이 긴요하지 않겠는가?
@ 당연하다. 이럴 때일수록 건설업체는 구매시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 단순 구매에서 벗어나 전략적 구매가 이뤄질 경우 건설업체에 적지않은 수익창출 효과를 가져온다. 다만 상당수 중견 혹은 중소 건서업체들의 경우 구매 전문가를 양성할 경제적 시간적 투자가 미흡한 게 사실이다.
- 전략적 구매가 이뤄지려면 어떤 투자가 필요한가?
@ 분명한 것은 개인적 능력이나 자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구매시장 전반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충분한 근무기간을 부여해야 하고 동시에 한쪽 분야를 파고들 수 있도록 업무량을 조절해줘야 한다. 가령 구매담당자 한 사람이 철강재 분야만 머리를 싸매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해주면 기대 이상의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효과를 기업에 가져다 줄 것이다.자료 출처 : 일간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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