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 벨트는 가라… 이젠 ‘원맨 생산’
숙련 근로자 1~2명이 조립~검사까지 전담
“다품종 생산에 제격 생산성도 30% 올라” 국내외 공장 확산
컨베이어 벨트에서 셀(Cell) 방식으로.”
삼성전자가 여러 명이 달라붙어 대량생산을 하는 컨베이어 벨트식 체제에서 탈피, 생산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동쪽으로 70여㎞ 떨어진 시골마을 갈란타는 삼성전자의 이러한 ‘제조 혁신’이 생생하게 진행되는 현장이다.
◆한두 명이 제품 한 대씩 뚝딱= 지난 4일(현지시각) 갈란타에 있는 삼성전자 슬로바키아법인을 방문했을 때 여느 공장과 조금 다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 공장은 수십 명의 직원이 천천히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길게 늘어선 채 자기 앞으로 오는 단순 작업만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품 준비하는 사람, 나사 죄는 사람, 제품 성능을 검사하는 사람이 모두 따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갈란타 공장에선 중간중간 2명의 여직원이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별도 작업대 앞에서 LCD(액정화면) 모니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고 성능 검사까지 해내고 있었다. 이들 앞에 있는 ‘ㄷ’자 모양의 작업대 양옆으로는 LCD패널 등 부품이 잔뜩 쌓여 있고, 작업대 앞쪽 서랍에는 나사와 작업 공구가 칸마다 정리돼 있었다. 수십 명이 할 일을 2명이 처리하고 있으니, 다방면의 숙련공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이름하여 셀(Cell·세포) 생산방식. 현재 갈란타공장 생산직 2500여명 중 700여명이 셀 생산 방식에 투입돼 있다. 컨베이어 벨트 방식이 단순 작업의 반복을 통한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 맞는다면, 셀 생산 방식은 1~2명이 모든 조립 공정을 소화하는 ‘자기 완결형 생산’ 체제다.
◆날로 확산되는 셀 방식= 셀 방식은 1990년대 중반 일본 캐논, 소니 등에서 처음 도입돼 전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캐논 등 셀 방식에 강한 해외 업체를 여러 번 방문, 셀 방식의 확산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대우일렉 등 국내 기업 역시 셀 방식을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수원에 있는 디지털TV 공장에 대해선 100% 셀 방식으로 전환을 끝냈다. 중국 쑤저우(蘇州)에 있는 삼성전자 PC공장도 올해 4월부터 노트북PC 생산량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셀 방식을 도입했다.
▲ 삼성전자 갈란타 공장에선‘셀 방식’이라는 다소 낯선 생산 방식을 통한 제조 혁신이 진행 중이다. 여직원이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별도 작업대 앞에서 LCD(액정화면) 모니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아직은 수십 명의 직원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길게 늘어선 채 자기 앞으로 오는 작업을 반복하는 전통 컨베이어 방식 제조도 병행하고 있다. (사진 위쪽)
삼성전자가 제조 혁신에 나선 것은 셀 방식 도입으로 생산성이 평균 30% 정도 높아진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 삼성전자 김광태 전무는 “쑤저우공장의 경우, 셀 방식 도입 이후 숙련공 한 명의 노트북PC 생산량이 기존 60여대에서 130여대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셀 방식은 컨베이어 방식에 비해 숙련도에 따라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장점도 있다.
올해 4월 셀 방식을 처음 도입한 갈란타 공장은 이르면 내년까지 셀 방식으로 전환을 마칠 예정이다.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얘기다. 갈란타 공장의 김득근 부장은 “우리가 셀 방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다품종 대량생산’ 체제”라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셀 방식 전환은 이제 필수”라고 말했다.
다만 셀 방식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다기능(多技能) 숙련공의 육성이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TV를 조립할 경우 셀 방식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제품 조립법은 물론이고 사운드, 화면 보정(補正), 검사 등의 지식을 완벽히 알아야 한다. 실제 국내 일부 업체가 이런 준비 없이 셀 방식을 성급하게 도입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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