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명산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광주하면 무등산, 목포하면 유달산, 대구하면 앞산,
부산하면 금정산이 있습니다. 마산을 대표하는 산은 바로 무학산 입니다. 매년 연말 즈음에 부부 모임에서는 송년회를 합니다. 작년에는 아바타
영화를 봤습니다. 작년은 도심 한 가운데에서 시끌벅적한 연말을 보내는 컨셉이었다면 올해는 조용히 그러면서
한 해를 뒤돌아볼 수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그 기회의 수단이 바로 무학산 등산이었습니다.
잠시 마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마산하면 물 좋은 곳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 물 좋은 곳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마산 명물 이었던 몽고간장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로 보아 터무니 없는 소리는 아닐 듯 합니다.
그리고 철옹성과 같았던 과거 OB맥주의 시장점유율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맥주 ‘하이트’공장이 마산에 있는 것로 봐서도 그러합니다.
이제 등산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사실 제가 무학산을 첫번째로 등반한 것은 약 5년 전 즈음이었습니다.
당시는 한 여름에 서원계곡(비교적 가파른 경사길 코스)을 따라 올라 갔습니다.
두 번째는 11월 초에 아내와 아들과 함께 마산여중 뒷길 코스(완만한 코스)를 답사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산여중 뒷길 코스를 따라 여유롭게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3쌍의 부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남편과 아내로서의 가정생활 이야기와 내년도 계획을 나누며 서서히 무학산 정상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배넘이고개에 도달하면 약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준비해 간 막걸리 한잔을 나누면서 곳곳에 새겨진 시를 읽는 맛도 색달랐습니다.
중학교 때 김현승의 ‘플라타너스’를 지긋이 눈 감으면서 암송해 주시던 송옥분 국어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잠시 떠올리면서 본격적인 무학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곳부터 완만했던 경사가 끝나면서 가파르고 험한 길이 시작됩니다. 그래도 워낙 초초초보자용 코스이기에 땀 한방울이 나지 않습니다.
서마지기 직전의 어느 고개를 넘어서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보기 드문 정상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이 여타 다른 산과는 차별성이 있어 무학산을 처음 접해보는
이들은 마냥 신기해 합니다. 서마지기에서 산 정상까지는 365개의
계단으로 이뤄진 부분입니다. 각 계단마다 날짜를 새겨져 있어 결혼기념일, 생일에 해당되는 계단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입니다.
365개의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서서 오른 무학산 정상!
마치 ‘학이
춤을 추는 형상’과 같다하여 붙혀진 ‘무학산’!
안내 그림을 보고 나서야 말 그대로 ‘무학’이라 할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그림을 같이 본 일행 중의 한 명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옛날에는 구글GPS도 없을 텐데 어떻게 학이 춤을 추는 모습인지를
알았을까요?”
저는 이 물음에 대답을 마음속으로 했습니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지면 되죠!”
경남 마산시 무학산은 오목한 항구의 뒷산과 같다. 해발 767m로, 옛
이름은 풍장산이다. 백두대간 낙남정맥의 최고봉이다.
무학산 정상에서 시루봉쪽으로 이어진, 학의 다리처럼 펼쳐진 능선에 등산객이 줄을 잇고 있다.
무학(舞鶴)은 말 그대로 ‘춤추는 학’이라는 뜻. 무학산은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듯한 산세를 보인다. 마산시를 서북쪽에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이 산자락 아래 40여만명의 마산 시민이 산다.
마산은 본래 무학산 자락이 마산만에 빠져있었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최치원 선생이 이곳에 월영대를 지을 때 산기슭을 핥는 물결에 달이 비치는 정경을 보았을 것 같다. 산의 형세가 학의 정수리와 날개, 그리고 다리를 닮았다. 등산로에 설치된 무학산 지형 사진 위에 학의 모습을 겹친 그림을 보면 실감 난다.
무학산 산세는 가파르고 계곡물은 적다. 능선을 타면 마산만을 비롯, 남해안 다도해를 함께 볼 수 있다. 산행이 힘겨울 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땀이 저절로 식는다.
무학산 등산길은 12가닥이 있다. 그중에서 서원계곡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의 경관이 가장 수려해 등산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무학산은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졌지만 서원계곡은 비교적 풍화에 약한 화강암맥이 뻗쳐 깊고 길게 파여있다. 서원계곡은 과거 서원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지금은 사찰이 6개나 있다.
서원계곡은 본래 바다까지 이어진 긴 골짜기였다. 색깔이 밝은 화강암 바위와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2㎞가량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도시가 확장되면서 해변 쪽부터 개발됐고, 최근에는
산 기슭 쪽에 유원지 시설 공사가 이뤄지며 계곡 면이 콘크리트 벽으로 평평해졌다. 이 때문에 등산객이
계곡을 따라 걷지 못하고 산 비탈면을 잘라 만든 길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 비탈길을 따라 40여분쯤
올라가면 중턱 절벽에 세워진 전망대를 만난다. 이곳에 서면 항아리처럼 생긴 마산만과 이 만의 가장자리에
건설된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산만 입구 쪽에는 마산과 창원을 잇는 늘씬한 모습의 마창대교가
보인다.
무학산 자락에는 문신미술관, 만날고개, 서마지기, 국립 3·15 민주묘지 등이 있다. 문신미술관은 작고한 조각가 문신씨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부인 최성숙씨가 지었다. 문신씨는 프랑스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뒤 귀국해 고향인 무학산 자락에 머물렀다. 무학산 산세가 새의 양 날개처럼 균형을 잡았듯이 문신씨는 삼라만상이 지닌 대칭성을 추구한 작가로 유명하다.
만날고개는 모녀상봉에 관한 전설의 장소였으나 오늘날에는
그리운 사람이 만나는 현장이다. 서마지기는 정상 아래 넓은 평탄지로 마산시민정신을 결집하는 큰 일이
있을 때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 3·15 민주묘지는 4·19 혁명 도화선을 몸으로 태운 의사들의 묘역이다.
무학산 정상에서는 새의 신체구조를 생각하며 걸을 수 있다. 새의 다리에 해당되는 곳은 시루봉이고, 정수리에 해당되는 곳이 학봉이다. 왼쪽 날개 쪽은 봉화산이 되고 오른쪽 날개는 대곡산이다. 어느 쪽이나
오르내리는 데 3~4시간 걸린다.
이은상 시인이 고향 마산만을 그리며 쓴 시에 곡을 붙인
‘가고파’ 가사를 떠올리며 걷고 싶다면 학봉 길이 좋다. 꿈엔들 잊지 못한다는 ‘그 잔잔한 고향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그 풍경 한가운데는 ‘돝섬’이란 작은 섬이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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