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한송주

출판사 : 창작시대

몇 해전에 읽었던 '그리운 사람은 남행을 꿈꾼다'라는 책을 올해 다시 한번 더 읽었습니다.

제목이 대게 낭만적인 것 만큼 책의 내용 역시 그러합니다.

낭만과 인간미가 가득한 내용들 가운데, 몇 몇 내용을 스크랩 삼아 옮겨 봅니다.

신라에서 준 고마운 녹

P21 여기에서 우리가 벼를 '나락'으로 일컫는 사연을 짚어보고 넘어가자.

이는 벽골제가 신라 축조냐 백제 축조냐 하는 논란과 맞물려 흥미로운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고려 충선왕 때 이제현이 쓴 '역옹패설'에 이런 글이 있다.

"신라 진흥왕이 벽골제를 쌓고 '벼를 뿌림으로써 벼농사가 흥하게 되었다. 후세 사람들이 그 은덕을 기려 벼를 나록(羅祿)이라 부른다."

신라에서 준 고마운 녹이라 해서 벼를 '나록'이라 했고, 그 '나록'이 '나락'이라 변했다는 것이다.

'식물인간'이란 말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P80 나무는 분명 사람보다 높고 크다. 너희들 광합성할 줄 알아? 태양열 이용한다고 별 발광 다 떨어도 안되지만 나무는 우두커니 서서 다 하잖아? 너희들 허파에 산소를 대 주잖아?

사람네들 잣대로 종족의 우수성을 재는, 그 DNA함량인가 뭔가. 그 숫자도 미안하지만 인간보다 식물들이 더 많다는 거야. 할 말 있어.

그래서 '식물인간'이란 말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노발대발하는 학자도 있어. 식물계 전체에 대한 용서받지 못할 모독이라는 거지.

땟목다리 = 벌교

P134 이 자리에 있었다는 옛날의 땟목다리가 벌교라는 지명을 낳았다. 땟목다리를 한자어로 벌교(筏橋)라고 하지 않던가.

동곡이 청도 동곡이 맞겠지...

P144 봄에 향그런 고소나물을 잘 내오는 내소식당에서 보안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각 고을마다 고유한 특산 막거리를 빚어내는데 섭렵해 본 바 일동 특주, 동곡 막걸리, 승주 쌀술이 그 중 텁텁하고 좋았다.

보성녹차밭 구경하고 나니 점심 시간까지 약 1시간 가량 남아 있었습니다. 여행계획표에는 둘째 날 점심이 별도로 세워지지 않았는데, 즉석에서 결정내려 메뉴를 정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보성녹차밭과 멀지 않은, 지방 특색이 잘 살려진 메뉴로 벌교 꼬막 정식을 식사하자는 일치를 보고 바로 달렸습니다. 벌교라는 지명에 익숙하게 된 것은 조정래의 태백산맥 때문입니다. 지리산 일대를 둘러싼 지역을 무대로 한 조정래의 태백산맥.....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깔랑깔랑한 전라도 사투리로 욕설하는 부분이 종종 나왔을 때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기도 했지요..

조정래의 태백산맥 덕분에, 벌교하면 꼬막이 유명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상식적으로 꼬막은 조개류에 속하는데,  생긴 모양새때문인지 조개는 여성의 음부를 연상하기도 합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도 꼬막을 이야기하면서 남녀간의 성행위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떠나는 남자 위해 밥상에 올리고 싶었던 꼬막...!!

대충 기억나는 연결부분은 두가지 정도 입니다.

첫째, 정하섭과 무녀의 딸인 소하가 하룻밤의 사랑 후, 떠나야 하는 정하섭을 위해 소하가 올리고 싶어했던 밥상의 주메뉴!  벌교 꼬막!

둘째, 염상구가 외서댁을 탐하면서 그 느낌을 쫄깃한 꼬막과 비교했던 꼬막이 바로 벌교꼬막.

생각보다 낙후한 벌교 시내...!!

태백산맥의 한 대목 

"읍내는 자연스럽게 상업이 터를 잡게 되었고, 돈의 활기를 좆아 유입인가 늘어났다. 모든 교통의 요지가 그러하듯이 벌교에는 제법 짱짱한 주먹패가 생겨났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벌교가서 돈 자랑,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을 상상하면, 상업이 활성화 되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삭막한 벌교 시내 입니다.

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길 기원 합니다.

한산한 벌교 읍내

음식값 빼고 좋았던 벌교 꼬막정식...!!

꼬막식당으로 유명하다는 '원조꼬막식당'에 들어가보니 유명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기순서는 없으나 이미 모든 테이블은 손님들로 꽉 찼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빈 테이블이 생겨 자리에 앉자마자  고민할 필요 없이 꼬막정식을 시켰습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는 “알맞게 잘 삶아진 꼬막은 껍질을 까면 몸체가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물기가 반드르르 돌게 마련이었다. 양념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그대로도 꼬막은 훌륭한 반찬 노릇을 했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라고 꼬막의 맛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양념하지 않은 꼬막을 먹어보니, 정말 배릿한 맛이 흘러 나왔습니다. 또한 흙냄새가 나기도 했는데,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아 맛 없는 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벌교 꼬막정식의 기본 상 차림

벌교 꼬막정식 비빔밥

위 2개 사진 출처 : 네이버 쟈스민 블로그    원문보기

맛은 그런대로 제 입맛에는 맞았습니다. 하지만 15,000원이라는 가격에는 제 값을 못하는 빈약한 메뉴였던 느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