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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얼씨구 좋구나

과거로 향한 여행1

때가 때인지라 요즘 나는 자주 과거를 되돌아 볼려고 노력한다.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은 현재와 미래 뿐이라 하지만 뒤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봄으로써 죽일 것은 죽이고 살릴 것은 살려보자는 심산이다.

 

과거로 향한 여행1


벌써 15여년 전 일이다. 나는 단기사병(ㅋㅋ)으로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에서 군생활을 했다. 보직은 행정병이였다. 나의 중대장(이니셜 JJH)은 3사관학교 출신의 진급을 포기한 대위장교였다. 아마도 전역을 1년 정도 남겼을 무렵에 그 사람밑에서 군생활을 시작했다. 타고난 성격 탓으로 먼저 말을 건내지 못하는 나는 업무적인 용건이 있을 때만 그와 대화를 나눴다. 그 역시 나에게 말을 건내지 않았다. 행정사무실에는 훈련소 입소 동기(이니셜 KDG) 1명이 있었다. KDG의 아버님은 꽃집을 운영하셨는데 주로 난과 분재를 취급했다. JJH는 난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KDG의 집에 찾아 가곤 했다. 그러면서 KDG와 JJH의 사이는 허물(?)없이 지낼 정도의 친분이 쌓였던 모양이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군대에서의 '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나는 가끔씩 속앓이를 하기도 했었다(KDG는 '된 놈'이라서 '줄'을 심하게 이용하지는 않았다).

속앓이는 속앓이 일뿐 국방부의 시계는 째각째깍 돌았다. 중대장의 지시사항이 나에게 내려지면 빈틈없이 처리할려고 최선을 다했다(의식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나의 방향으로 지시가 내려와도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서 업무를 준비했다. 어차피 중대장의 위치가 상급자(대대장)의 요구사항을 근거로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시사항이 모호할 때도 많았다. 또한 JJH의 입장에서는 전역 시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업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을 모를리 없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JJH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업무 진행을 깔끔하게 처리할려고 노력했다.

만약 어떤 지시가 내려졌을 때에는 업무를 진행하면서

   -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핵심이 무엇일까?
   - 상대가 혹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있지 않을까?
   - 내가 이런 내용을 보고할 때 상대는 무엇을 생각할까?
   - 그 무엇이 이것이라면 나의 대답 내용은 어떠해야할까?
   - 내가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상대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까? 
   - 모른다면 보고할만 한 내용일까?

이런 종류의 물음들을 항상 머리속에 집어 넣고 일을 했다. 그리고 마감시한을 넘겨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일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나의 군생활 마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이미 JJH는 전역을 했다) KDG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JJH전역 전에 KDG는 JJH와 술자리를 함께 했든데 JJH가 KDG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내가 만약 사업을 한다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일것 같아?"
KGD는 몇몇의 이름을 불렀고, JJH는 아니라고 하면서
"내가 일하고 싶은 사람은 OOO(필자)다!"
이 말을 들은 KDG는 순간 놀랬다고 한다. 두 사람이 평소 친한 것 같지도 않고 서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는 당연히 기분이 업(Up)되었다.
'노력은 통하는 구나'
'여기서 배운 방식을 사회에서 활용해야겠어'라는 다짐도 했었다. 소위말하는 성공체험인 것이다.

직장생활 초기에는 이런 기억을 가끔씩 회상하면서 전의(?)를 다졌는데 몇 년전 부터 이상하게 허덕거린다. 이와 같은 원인은 뭘까 생각 해 보았다. 상대방이 원하는 핵심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수집된 방대한 양의 정보에 가로막혀 갖가지 분석과 해석만 줄기차게 하면서 시간을 좀 먹었던 것이다. 데드라인이 눈 앞에 다가오면 '에라 모르겠다'식의 결론을 만들어 업무를 종결했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둘째, 생활속에서 '가설적 사고방식'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팅의 시발점

벡터가 역전되지 않은 사람은 완벽한 프리제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해 슬라이드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여기에는 '상대'라는 발상이 결여되어 있다.
벡터가 역전된 사람은 그 회의의 출석자는 누구인지, 어떤 핵심 인사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어떤 답변을 들어야 하는지(단순한 이해만 얻으면 되는지,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를 철저히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준비라는 역산의 발상을 한다. 

지두력(地頭力) P105를 읽고 나서
지두력 / 이레 / 호소야 이사오 / 홍성민 옭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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