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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배워가는 세상

공황전야

이 글은 위드블로그의 도서 서평단에 선정되면서 작성된 리뷰 포스트이다. 400페이지 책의 두께에 눌려 언제 이걸 다 읽고 리뷰를 작성하나라는 막막함은 둘째치고 내용이 경제분석을 다룬 것이기에 솔직히 부담이 컸다. 더군다나 용불용설의 진리를 거부하지 못한 경제 감각이 무딘 사람이 서평을 올린다는 것이 찝찝했다.

책의 저자가 가진 혜안에 견주어 책의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 조차 힘겨워서 일부 내용(특히 그래프, 용어설명 등등)들은 스킵신공을 발휘하는 대범함을 부렸다. 그래서 이 포스트는 서평이 아니라 초등학교 수준의 독서감상문이라 해야 옳다. 개인 판단에는 400페이지 분량이면 최소 일주일 정도 읽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틀 정도만에 다 읽었다(사실 난독증이 좀 있어서). 그 만큼이나 이야기의 전개가 긴장감을 조성했으며, 지금 현재 발생되는 사건을 분석한 것이라 빨리 읽을 수 있었다. 굳이 사소한 것을 꼬투리 잡자면 오타가 간혹 보인다는 정도, 이것은 짧은 출간 준비 기간이라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솔직히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이 쪽팔린다. 아무도 모르는 녀석이 단편적인 느낌으로 적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글쓰기 공부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읽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리고 읽고나서 '무서웠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놀라웠다' 라는 등의 서평은 올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뷰는 리뷰일뿐이며, 한 개인의 지식과 의견이 사회현상에 대한 일반화를  할 수 없다는 믿음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서평을 올린다.

나는 미국발 경제위기가 '금융공학의 발달로 인한 파생상품'이 등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솔직히 요즘의 경제를 보면 가분수같다. 물리적인 실물의 경제 크기는 자꾸만 줄어가고 개념에 입각한 보이지 않는 경제의 크기는 점점 확대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섣부르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파생상품 본연의 문제에서 본다면 1차 2차 3차로 연결되는 파생상품 속에서는 새롭게 창조된 실질적인 부가가치가 없다는 생각때문이다. 갈아타기해서 이자(Interest)만 확대시키는 느낌이다.

둘째, 파생상품을 견재할 장치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의 발전이 급속도로 확산된 반면에 각국 정부기관이 이를 감시할 만한 제도장치를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의 흐름과 손 안대고 코 풀려고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만 줄기차게 연구하는 금융전문가들의 손발을 과연 관료주의와 인기주의에 기들여진 정부기관이 따라 갈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심지어 이번 경제위기의 손실액이 얼마인지도 정확하게 산출하지도 못하지 않는가.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아래에서 정부기관이 감시장치를 현실적으로 내 놓을 수 있었을까 하는 물음에 절대로 'YES'라고 외칠 수 없다. 바로 이 대목에서 김수행교수의 아래의 글이 인용하여 나의 부족함을 애써 땜박음질 한다.

서울대학교의 마지막 마르크스 경제학 교수였던 김 수행교수는 이날 오후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주최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미국의 금융공황과 한국경제'라는 제목의 특별 강연에서 김 교수는

"금융위기는 금융활동의 사기성·투기성·기생성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산업자본가가 산업의 혁신을 통해 이윤을 얻으려 하지 않고, 금융활동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 했기 때문에 실업자가 증가하고, 평균적인 임금수준이 저하됐다"

"이러한 산업공황이 해결돼야 금융위기는 해결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활동은 노름... 생산활동에 위기 해결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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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부기관이 규제책을 내 놓는다 하더라도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런던 경제스쿨의 하워드 다비에스는 "국제 규제의 틀이 지나가 버린 과거의 사례를 겨냥하는 경우가 있다"라는 이야기한 것으로 보면 국제 금융가가 새롭게 선 보이는 상품에 대한 규제가 따라가지 못함을 어느 정도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개입을 체질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부회장인 토마스 루소는 아래와 같은 말을 2007년 다보스포름에에서 했다

영국과 런던 금융장의 파워가 거세지면서 미국과 뉴욕은 금융센터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룰에 기초한 접근법보다는 원칙에 기초한 규제가 더 자유로운 유연성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룰'과 '원칙'이 각각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는 의미이다. 이렇게 주장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지...

새로울 것 없는 '경제의 흐름은 홀로 존재하거나 발생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항상 경제의 뒤쪽에는 정치라는 검은 손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과거 기아자동차가 경제적 관점에서 정리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삼성과 강경식 총리의 암묵적 합의?)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순수한 경제(돈)의 흐름에 불순물(정치)이 유입되면서 진동이 통제가능 범위를 넘어선다는 점을 볼 때 경제는 인간이 만든 유일한 자연이 아닐까 생각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경제에 대한 규제를 정부가 제시할 때는 반드시 '경제를 경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100% 산소를 투입해야 한다. 정치적 시각을 조금이라도 보탠다면 그것은 이산화탄소가 되고 말 것이다.

내가 뽑은 엑기스 내용은

2008년에 나타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는 1990년대 일본의 장기 복합 불황의 모습인 거품경제의 붕괴와 1929년 대공황 당시 과잉생산으로 인한 실물 경기의 침체가 금융 위기로 발전했던 모습이 뒤섞인 양상을 띠고 있다. 서브라임 모기지가 파생금융과 결합하며 엄청난 거품을 만들었고 동시에, 중국으로부터 값싼 상품이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소비 거품이 만들어졌는데, 이 두 가지 원인이 복합되면서 폭발하고 있는 것이 2008년 위기의 모습인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 장기복합 불황을 넘기 위해 사용되었던 케인즈식 해법으로도 풀기 어렵고,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통화주의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거의 모든 경제학적 균형상태를 벗어난 예외적 상황, 그것이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2008년 위기의 본질이라 하겠다. P317

이다. 이 문장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2008년 경제위기는 '기존의 패턴 내지 트렌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말을 조금이라도 곰곰히 생각해 본 사람은 그 숨겨진 공포에 몸서리를 칠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연구해 오고 해법과 과거 경제위기에 처방하여 목숨을 건져내기도 했던 기존의 조제약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경제위기를 살려줄 구급약인지 모르는 암담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갖은 내용들을 정리하여 부작용이 없고 약발이 잘 받는 처방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 역시 많은 의견들 중에서 읽고 또 읽어봐야 할 것들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저자가 제시한 해법 중에서 '기름값을 2천원대로 해야 한다'는 섬뜩하고 파격적인 내용을 보고서도 끝까지 완독할 수 있게한 유일한 나의 신념이었음).

그리고 미네르바가 절필 선언하게 만든 압력(?)에 대해서 우리가 비난하는 것 역시 자유로운 의견의 통로를 막았다는 것이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책 읽는 사람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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