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내)의 직업은 학원가에서 수학을 강의하는 사람이다.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개인적으로 수학 교과 내용 이외의 것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수학공부하는 방법', '이렇게 공부해라'와 같은 종류의 책을 굳이 읽으려 하지 않는 나에게 남편의 이번 제의는 반갑지만은 않았다.
단순한 생각이지만 그런 책의 내용을 접하면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향에 혼선을 초래할 것 같은 불안이 감지된다. 매 학기(학원에서 일하니깐 개강시즌마다)마다 교실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성향과 수준 정도를 파악하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 한다고나 할까..? 아무튼 나에게 배움을 얻어가는 학생들의 성향이 일률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올바르게 대처하는지는 나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학생들의 표정을 보며 가늠할 뿐이다.
그래서 수학을 이렇게 가르쳐라 혹은 이렇게해야 한다는 둥의 이런 글들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가르치다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학생들을 만났을 때에는 심리책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개 학원의 수학강사라는 신분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한국 교육시장에 조금 발을 디뎌놓은 아줌마이기에 문득문득 유아교육, 자녀교육에 관심과 걱정을 함께 쏟아내는 것 같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나서 몇 번의 외도(?)를 제외하고는 줄곧 수학이라는 과목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인 관계로 스스로 저학년 수학 수업은 피했으며, 그러다 보니 늘 중고등 수업만 해왔다. 가끔 학원의 운영 형편상 초등수업을 들어가면 코 흘리개 아이들에게 나의 농담은 전달되지도 않았고 조그만 큰소리를 내도 아이들은 이내 겁을 먹었다.-,-
현재 몇년째 검정고시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입시때와는 달리 인내력과 개인별 수준학습이라는 것에 좀 더 접근한 수학강사가 된 것 같다. 10대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에게 같은 수준의 학습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한명 한명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건 수업시간에 국한된 것이었고 정해진 교과 내용에서만 그러했다. 어느 정도 필요에 의해 공부를 할려고 찾아온 학생들을 상대하는 강사이고 정해진 진도 범위내에서 일정 수준의 성적만 내면 되는, 한 편에서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쪽집게 강사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러한 현재 나의 방식으로 6살배기 아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면 '수학의 神 엄마가 만든다'라는 책은 어쩌면 내가 한 번쯤 읽어 봐야할 책일지도 모를 일이다. 별 생각없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유아 초등 수학교습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수학교육의 핵심부분은 비슷하나 가르치는 대상에 대한 눈높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느끼며, 한편으로는 저자의 아주 객관적이면서 애정어린 열의에 탄성도 절로 나왔던 것 같다.
먼저, '저자는 자녀에 대해 참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신의 자녀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하다. 물로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대부분의 엄마 범주에 속한다. 학원에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아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 아이의 학습수준과 능력에 맞게 문제를 내어주고, 문제를 잘 풀면 칭찬해주고 못해도 그럴 수 있다며 다독여 주는 나의 모습이 왜 집에서 내 아이가 문제를 풀때는 잘 하면 당연하고 그렇지 않으면 속상한 마음에 가르치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짜증이 들어가는지....왜 내 아들이 이것도 못하는 마음이 소록소록 생겨난다.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지 않는 아내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지 말자는 아내와 차라리 다르데 가서 학생들 가르쳐 번 돈으로 내 아이 학원비 마련하겠다라는 내 마음이 뭐가 다를까 생각해 봤다.
또한 아이가 관심을 보이고 뭔가를 자꾸 질문하고 알려고 할 때, 대견해 하면서 설명도 해주고 이해시켜주다가도 그러한 일이 잦아지면(특히 몸이 피곤하거나 힘들때면) 그것 또한 귀찮은 일이 되어버리는 일상에...말로만 교육열이 있는 엄마가 아닌지 살짝 뒤돌아 본다.저자의 일관성 있는 자녀에 학습 안내자로서 역할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았고 대단하게 느껴짐은 그러하지 못한 내 모습과 비교되어서는 아닐까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반문해 본다.
유아 초등교육법이나 중고등 교육법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한가지는 교육받는 대상에 대한 눈높이 학습일 것이다. 정해진 진도와 학습량을 다 소화해 내면 정말 좋겠지만 개개인마다 다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무시하고 정해진 진도대로 가르쳐야 하는 일선 교육자들도 답답하겠지만 모르면서 따라가야 하는 학습자들은 더욱 답답할 것이다. 그러해서 포기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지만, 포기라는 단어를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엄마가 아닐까?
아이에 대한 기대보다 아이에게 희망을
아이에 대한 기대보다 희망을 주고 객관적으로 내 아이를 바라본다면(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누구보다 아이에 대해 제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엄마가 될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부정하려는 마음 때문에 외면하고 싶겠지만 그래도 정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엄마다), 정해진 진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을 엄마의 노력과 열성으로 메꾸어 줄 수 있으리라...그래서 내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노력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내 아이와 내 가족을 위해 영향 많은 식사를 매일 준비하는 것처럼, 언제나 꾸준히 아이가 혼자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식탁에 밥을 차리는 것처럼, 아이가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엄마가 옆에서 힘을 불어 넣어줘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수학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초등 저학년 엄마들에게는 이 책에 매 학기마다 수학과정에 대한 내용과 기본 교수방법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앞부분에는 수학의 神을 만든 엄마의 노하우가 있다면 뒷부분으로 갈수록 학년별 수학 학습지도서와 같은 느낌을 적잖이 받았다. 수학에 자신없어 하는 아이, 수학 성적이 좋지 못한 아이를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엄마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앞부분만 읽어도 좋을 듯하고, 참고서를 보고 답은 구해지는데 아이에게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까? 어떻게 좀더 잘 알 수 있게 설명할까? 고민 한다면 뒷부분부터 혹은 어느 한 부분만 골라서 읽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또한 초등 수학교재에 대해 출판사 별로 장단점을 적어 놓은 부분은 저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깃들여져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교재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물로 수준별 교재 선택에는 신중한 편이지만 혹여나 이 책을 읽는 학부보들이 저자의 평가만 믿고 한쪽 교재에 관심이 몰리는 현상이 생기지는 않을지하는 염려도 생긴다. 물론 초등 강사로서 경험에 의한 평가이기에 참고가 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자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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