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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보즐생

내가 가야 할 길


나의 직업은 수학 강사다.

대학 졸업후... 몇 번의 외도(?)빼고는 지금까지 쭈욱...
수학이라는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나또한 그닥..수학을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였으나..
지금은... 학생들에게 수학이라는 걸.. 조금씩 알려주고 있다..

입시학원에도 있어보고 과외라는 것도 해봤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이 곳.. 검정고시 학원에서 쭈욱...... 일하고 있는건...

나름대로의 보람과..즐거움이 있기때문이다..아니..있기때문이었다...

어떤 개인 상황때문에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검정고시라는 걸 통해서  나라에서 정한 정규과정을 졸업하는 학생들이 참으로 많다...
그 상황이라는게  만학도들에게는 시대적 환경에 의한 타의적인게 컸다면...

지금 청소년들에게는 개인적 환경에 의한 자의적인게 대부분이다.

어찌되었든... 정규과정을 다 밟지 못한 사람들에게 학문의 즐거움을 줄수 있다는것이 참 좋았다... 정말이지 박봉이지만 참 좋았다..

얼마전까지는....

내가 해준것이 아무리 미비하다 할지라도 내게 편지를 써준 학생처럼 참으로 고맙게 여겨주고
한 학생에게 어떤 의미를 준다는게
나로서는 얼마나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지 몰랐다..


그러나....

요즘들어 검정고시에 대해 회의 아닌 회의가 드는건 뭘까?
예전처럼 가정형편상 학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만학도들은 이제는 극히 드물다.

다시 말하면 정말 하고파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근데... 검정고시에는 예전보다 수강생이 많다..
대부분 10대 학생들이다..


학교에 있어야할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어쩔수 없이 학교를 그만둔 학생들이 많다면.. 안쓰러울 것을...

그냥 하기싫어서... 좀 더 빨리 졸업하려고.. 학교가 싫어서... 아주 쉽게 학교를 나온다.
부모들의 간섭이나 지도는... 없다... 그냥 그들의 선택이고..
어찌보면.. 부모들이 부추기는 것도 있다..

빨리 졸업하라고.(이부분은 나의 갠적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일까? 절실함이 없다...
교단에 서는..강사입장에서도 안쓰러움이 없다..
그냥...수업해주고 합격률 높여주고...

2~3년전만 해도 이러지 않았던것같은데...왜 이런지 모르겠다..
티비나 언론에서 가끔 들썩거리며 말하는 "공교육붕괴"라는 단어가..
요즘에는 내 가슴속에서 절실하게 느껴진다...


학교가 무너지면 어쩌나......

그래...학교가 무너지는게 뭐...대수냐...
중요한건...학생들이 무너지고 있는데....
우리사회의 핵심이 청소년들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래.. 정규과정이 뭐.. 그리 대수냐...
중요한건.. 청소년들의 정서가 무너지고 있는데....


몇 년전.. 소위 "짱"이라 불리는 여학생이 우리 학원에 왔다..
참으로 냉랭한 눈빛과..어눌한 목소리가... 다가가는 강사입장에서 흠칫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다가갔다..
그 아이가 쓰는 욕지거리를 가끔 같이 써 가면서 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외워가면서...
나도 한때는 좀 놀았노라..
그아이의 호기심을 부추기는데 애를 썼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잘하는게 뭔가를 유심히 봤다...
피아노... 그 아이가 잘한다는게 피아노였다.

그 학생이 아주 운이 좋은 친구였는지는 몰라도...
다행히 같은 반 학생인 만학도 아줌마 한분이...피아노를 아~주 잘 치시는 분이였다..
(검정고시에 있다보면 만학도들 중에... 졸업장만 없다뿐이지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분께 도움을 빌어서 그 아이는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고,
그 아이는  아줌마를 위해 수업시간에 열심히 공부해서 아줌마에게 수학 영어를 가르쳐드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건지... 느껴본 사람들은 다 안다..


지금... 그 짱이라 불리던 여학생은 모 대학 음대에 진학하여..졸업반이다...


이럴때 느끼는 쾌감을 검정고시 강사들만이 느끼는게 아닐까?....
암튼...예전의 아이들은 정서는 메말라 있지 않았다..

단지... 자신에게 필요한게 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줄 누군가가 필요했을뿐이었다..
그런데...지금의 아이들은... 그 관심이라는게... 잘 먹혀들지가 않는다...

오히려 그 관심이라는게 아주 귀찮은것이며....
때로는... 그 관심이라는걸 보이는 사람에게 상당한 불쾌감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요즘 난...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지금 여기서 학생들에게 단순히 수학이라는것을 가르키기 위해 있는것은 아닌데...

적어도 난...
정말 수업만 하고..수업료만 챙기는 강사가 되기 싫은데...


왜...지금... 이 아이들이 이렇게 되었을까?
학교에서는 뭘 어떻게 했을까?

단순히...내 직업에 회의가 들거나... 힘들다는걸 말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 걱정스럽다...
이 아이들이...
그리고..이 아이들이 주축이 될 미래가...


현 정부에서 공교육 강화를 외친다고 한다...
정말이지...
비록 내가 검정고시에서 학생들을 가르키고는 있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나는걸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오너인 원장이 이 글을 읽으면..난 해고 당할지도 모른다..ㅋ)


그래도..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는걸 막아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학교가 줄 수 있는 정규 수업이라는걸...
조금은 변형시켜서라도...
아이들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법.
사람이 함께 하는 삶이라는걸 느끼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면....
이 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조금씩 생각해봐야 할 것같다..
나도 자식을 키우고 나중에 그 자식들이 주도가 되는 사회에서 살 것이니까.......



출처

http://blog.naver.com/ckark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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