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면 적어도 이래야 한다 - 돼지가 있는 교실

이번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의 마지막 학예회를 다녀온 후로 교사 역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은 작년에도 졸업생을 보냈으며, 당시 거의 일주일동안 마음을 추스리지 못했다며 이별의 아픔을 전했다. 올해도 졸업생을 보내야하니 6학년 담임하기 싫다는 속마음을 내보였다.


그리고 아들의 졸업식에 가서도 담임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애틋한 심정과 마음이 밥벌이를 위해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직업교사(?)와는 확연히 구별됨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눈 역시 나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들(선생님과 제자들)의 마지막 이별의 시간은 의외로 담백했다.

긴 말이 오가지 않았고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닦을 수 있는 눈물만이 아쉬움을 말해 주었지만, 그들에게서 슬픔을 자제하는 모습은 역력했다.


'교사라면 적어도 이래야 한다'


감히 장담컨대 아들은 초등6학년 담임선생님을 평생 잊지 못할 거 것이다.

선생님과의 잊혀지지 않는 수 많은 추억을 함께 한 초등 6학년 한해였음을 알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들의 추억이야기를 남기는 것은 오히려 이들의 돈독함을 의심하는 모양새라는 생각이 들기에 달리 적지는 않는다.

'교사라면 적어도 이래야 한다'는 것을 아들의 담임선생님을 통해서 곱씹어 보게 되었다.


암튼 2월의 행사를 통해서 '교사'의 자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때마침 아들 책 '돼지가 있는 교실'(돼지 이름 P짱)에 나온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더 교사의 자질과 철학이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는지를 알게 되었다(이런 추억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학습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에는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각주:1]).

돼지가 있는 교실

쿠로다 야스후미 지음 / 김경인 옮김



'돼지가 있는 교실'은 일본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실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갓 부임한 선생님(쿠로다)이 3년동안 학생들과 '돼지(P짱)'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줄 곧 2가지 의문을 풀고자 노력했다.

첫째, 왜 하필이면 '돼지'였냐는 것이다.

둘째, 3년동안 잘 키운 돼지를 왜 식육고기처리 했냐는 것이다.

위 2가지 의문에 대한 내용을 책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의문인 왜 '돼지'를 키웠냐는 부분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동물키우기 하면 애완동물 정도 키우는 것이 쉽고 친숙하지만, 

'돼지'를 키우자고 제안한 선생님의 여러 의도 중에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들에게'생명과 죽음'에 대한 친숙하게 느끼게 하고자 함이다. 단순히 만물의 창조주가 셋팅해 둔 생(生)의 마무리로서의 죽음뿐만 아니라 뜻하지 않는 이별, 자연스러운 이별(학창시절 절친이였으나 각자 제 갈길을 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도 넑은 의미에서 (관계의)죽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도에서 보면 애완동물은 많은 학습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된다. 왜냐하면 애완동물(반려동물)은 대부분 한번 같이하게 되면 죽을 때까지 동거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소를 키우기에는 상당히 거북스럽다. 힘에 부다낀다. 염소 정도면 몰라도......

그나마 소에 비해 왜소(?)한 돼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왜 돼지를 식육처리했냐는 부분이다.

위 문단에서 밝혔듯이 선생님은 아이들이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랬다.

돼지가 늙어 제 목숨다여 죽었다면 아이들에게 학습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가장 효과 좋은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해서 돼지의 죽음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인데, 선생님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은 후배들에게 돼지를 맡기자는 결정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독단적으로 식육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의 반말이 심했을 거라고 나는 상상했지만 이들은 담담하게 선생님의 결정에 동의했다. 나는 아직도 어떻게 이렇게 쉽게 동의했는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암튼 순도(純度)100%는 아닐지라도 아이들이 선택한 돼지의 죽음이기에 학습효과는 있다고 본다. 돼지는 죽임을 당하여 단순히 사라진게 아니다. 매장하였거나 화장하였다면 2차 교훈이 없지만 식육처리를 거쳐 아이들의 음식이 되어 '음식  =  생명'이라는 가르침을 줬기 때문이다.


위 2가지가 상당히 억지스럽다.

혹시 이 책을 또 읽게 된다면 억지스러운 해석이 좀 더 매끈해지거나 전면을 뒤엎는 또 다른 해석이 나오겠지....



[ 주요 발췌문 ]

P148. 그렇다면 굳이 잡아먹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결론에 이르고 말지만,

그렇게 되면 음식과 생명이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오늘날의 현상을 재조명할 수 없게 된다.


P151.  오히려 P짱을 먹음으로써 음식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 생명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먹음으로써 그들의 생명을 우리 인간이 이어가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P173. 그리고 의견은 아이들이 말했다고 자주적이고 교사가 말했다고 관리적인 것은 아니다.

그 의견이 모두에게 설득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P178. 그래도 학부모님들의 시선은 따뜻했다.

"쿠로다 선생님, 저희 아이를 잘 부탁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아이들이 매일 등에 지고 오는 가방 속에 가득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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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에서 나온 실제 확인내용임======= ================그런 경험을 했으니까 커서도 다른 아이들과는 뭔가 다르겠죠?라는 '교육효과'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교육효과'는 전무하다고 해도 좋은 정도로 없다. 3년간보다 그 이후의 8년이란 시간이 훨씬 더 깊고 감정의 변화도 많은 시기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P짱이 그 모든 것을 능가하는 엄청난 사건일리는 없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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