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쎄 '우리 아들이 대통령감이레'
오늘 3월17일은 나의 아들 도준이의 생일 날이다. 직장문제로 도준이와 주중에 떨어져 산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아들 생일인데도 미역국하나 차려주질 못했다. 외할머니 댁에서 아침 생일상을 먹고서는 유치원 차에 올랐다 한다.
집안사정으로 주니의 돐 잔치를 집에서 조촐하게 보냈던 기억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다른 아이들 돐 잔치가는 것을 싫어 한다. 그런데 어제는 조카 돐 잔치 때문에 뷔페에 갔다.
마음 한편으로는 주니에게 너무나 미안한 기분때문에 얼굴이 후끈후끈 달아 올랐다.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채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다. 자리가 없어서 우리 셋은 출입문 쪽에 우둑허니 선 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맞은 편 노인석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할아버지라는 칭하기에는 젊게 보이는 중년 남자임)가 다음 역에 내리실려고 일어나서는 우리쪽으로 다가 오셨다. 그리고 몇 마디 말씀을 던지셨다.
"이 놈 정말 잘 생겼네. 내가 저 자리 앉아서 계속 보았는데. 정말 잘 생겼다. 이 말을 전해 주고 싶었다"
나와 아내는 활짝 웃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주니가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잘 생겼다 그리고 부티가 좌악 흐른다. 잘 생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이 할아버지도 그런 류의 말씀을 던지는 분으로 생각했었다.
할아버지가 주니의 앞 머리를 올려서 이마와 얼굴을 조목조목 살피시고는
"정말 괜찮은 얼굴이네"라고 한 마디 더 던지셨다.
그러고는 아내에게
"대통령 키운다고 생각하고 잘 키우세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잠시 후 지하철 문이 열린다. 할아버지에게 우리는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하였다. 할아버지는 내리시는 중에도 얼굴을 우리 쪽을 돌리면서 주니 얼굴을 계속 보고 계셨다.
마치 더 해 주고픈 말씀이 계신 것처럼, 혹은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 주시고자 하는 것처럼.
잠시 후 지하철 문이 닫히고 출발 할 때 아내가 승강장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계속 주니를 바라보고 계셨다고 하면서 놀라와 했다.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그 할아버지는 관상학에 도통한 분일거라는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기도 했다.
아내와 나는 요즘, 살아가면서 약간의 지루함과 앞날에 대한 걱정 등으로 인해 마음이 편하질 못했는데 그 할아버지의 말씀 덕분에 마음이 밝아 졌다.
그 분이 무슨 의도로 칭찬을 하신 것인지는 모르지만 주니가 살아가면서 이번 경험을 깊이 간직하고 살아가길 바란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맞이 했을 때,
부닥힌 일에 자신감을 잃어 버렸을 때,
그리고 자신이 하찮은 존재로 느껴질 때,
두려움을 느껴길 때,
일상에 젓어서 나태해질 때에도
그 할아버지가 던져 주신 말씀을 되새기며 가뿐히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자기 암시문으로 간직하길 바란다.
아들의 6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아빠가 쓰다.
200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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