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나면..하루의 반이 지나간다..
우중충한 날씨에.. 피곤과..식사후 몰려오는 잠을..엎치락 뒷치락 혼자서 이겨내려 하고 있을때
"수학 선생님..누가 찾아오셨는데..."
상담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잠이 달아났다..
"예?..누구.."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머니 한분이 교무실로 들어오신다.
한 손에는 쥬스선물셋트를 들고서..
"아이고..선생님... 저..은채(가명) 엄마 입니다.."
"아...예.."
은채.. 올 8월 초에 입학한 여학생..
한 며칠 열심히 하더니..
어느 순간 친구와 어울려 학원에 드문드문오는 아이
전화를 하면... "내일 갈께요.." 또..전화를 하면..
이제는..아예 받지도 않던 아이..
우연히..며칠전 학원 입구에서 봤었다..
"은채 너..자꾸 이렇게 학원에 안나오면..아예..학원에 못오게 짜른다!!"
엄포를 놓았었다..
"어휴..선생님..얼굴보기 민망합니더...(의자에 앉으시며) 제가..딸만 셋 데리고 이리..혼자 열심히 사는데... 고놈이..이렇게 속을 썩힙니다...큰딸은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에 임용친다고 하고..학교에서도 거의 올 A받는데..밑에 쌍둥이 중에 4분 늦게 태어난 요 막내 은채가..이리 속을 썩힙니다..."
"아...예(솔직히..난..말 할 틈도 없었다..어머니의 하소연에..귀기울여 들이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첨에 학교가기 힘들다 했을때...
그래도..학교는 다녀야된다고 했심더... 지가..가방끈이 짧아서..
지도... 검정고시로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했다 아입니꺼... 그래서..지는 압니다..
배움이 얼마나 중한지를...뭐..높은 사람 되라고 학교 댕기라는게 아니고..뭘 해먹고 살든... 밖에서 사람 노릇하려면..기본은 배워야하고.. 못배운 한 을 제가 알기때문에..학교그만두는거..억수로 말렸습니다... 하지만..이러다..은채 죽이겠다 싶어서...자퇴시키고..제가... 몇날 며칠을 울었는지 모릅니더...휴...그리고..마지막으로 남은 한 길이..검정고시라서..
지도..하겠다 하고...해서..입학시켰드만...저리..방황을 합니다..
선생님..지는 꼭..은채를 졸업시킬껍니다...
딸 셋있는거... 저거가 한다하면... 가르칠수 있는데 까지는 제가 가르쳐 볼라하거든예...
아직..젊고 하니..뭘 해서는.. 자식 뒷바라지 못하겠습니꺼.......
은채가..저러니..지도 미치겠습니다..
그래도 자식이니...선생님 그러니..제발 학원에서는 짜르지 말아주십시오..여기서 나가면..은채..이제..갈 곳도 없습니더...
제가. 12월부터는 꼭.학원에 가라고 하겠습니다.당분간만 좀 봐 주이소...."
(아마..내가..은채더러..학원에 이렇게 안나오면 짜르겠다 엄포놓은걸 은채로 부터 듣고..어머니가..이리 걱정되어 달려오신듯했다..)
"어머니..걱정마세요... 학원에서 나가라고 등 떠밀지는 않습니다..너무 안나오고..공부안하니.. 겁주려..가끔 그런말을 하는데... 어머니께서 마음이 많이 쓰이셨나보네요..
너무..상심마세요..은채가 저리 방황하고 해도..어머니 마음 알고나면..누구보다 열심히 할것이고..나중에... 언니들 보다..더 멋진 모습으로 자랄지도 모르죠...걱정마시고... 2차 진도 나갈때는 꼭 보내주세요.."
아주... 일상적이고..평범한 답변을 드리면서...
교무실을 나서는 어머니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가에..맺힌 눈물을 보고 있자니..가슴 한 구석이..쓰려왔다...
은채가..알까?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저 애절한 마음을....
은채는 느끼고 있을까?
어머니의 저 삶의 힘겨움도...
자식의 앞으로 살아갈 날의 빛을 위해 기꺼이 받아들임을...
은채는 듣고 있을까?
어머니의 거친 숨소리를...
삶의 힘겨움을 말하기전에..거친숨을 몰아쉬며 뛰어야하는...
어머니..걱정마세요..
어머니께서..이리 열심히 사시는데..
은채도 나중에는 알겠지요..
빨리 알면 좋으련만...조금 더딘거겠지요..
조금 더디다고..원망말아주세요..
더딘만큼..더 많이 느끼고..
나중에는 더...깊은 성숙한 어머니의 딸이 될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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