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소설가 김훈씨의 문체에 대한 독자들의 호불호가 강하더군요.
각자의 입맛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되나, 저는 호(好)의 입장입니다.
김훈 문체에 대한 호평
짧은 제 머리로는 설명할 길이 난감하여 블로그, 인터넷 도서 안내등에 실려진 글을 옮겨봅니다.
나이들어 글쓰기에 다시 관심을 가질 때 나의 롤 모델은 칼의 노래를 지은 작가 김훈이었다. 김훈 작가의 문장은 읽다보면 음악을 듣는것처럼 문장에서 운율이 느껴지고 그림을 그리는 것 처럼 묘사하는 모습이 상상될 정도였다. 김훈 작가처럼 훌륭한 문장가가 되고 싶었다. 나도 문장을 멋들어지게 쓰고 싶어 김훈 작가 흉내를 내곤 했다.
그렇습니다. 특히 '칼의 노래'에서 당시 전쟁터 상황을 묘사한 글을 보면 정말 그림을 보는 듯 했습니다. 마치 김훈이라는 사람이 임진왜란 한 가운데에 서서 지켜보며 생중계하는 것 처럼 말 입니다.
이 책은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이라는 책인데요. 전 사실 김훈 작가의 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그분의 문체는 제가 갖고 있지 못한 그런 경지에 이르는 문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저는 좀 글을 굉장히 여성적이고 구어체적으로 쓰는 스타일이라서 김훈 작가처럼 어떻게 보면 남성적이고 수식어를 배제하고 굉장히 강건하게 쓴 필체가 굉장히 부럽기도 하고, 흉내 내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김훈 작가의 책은 저는 <자전거 여행>인데요. 근데 그보다는 역시 <남한산성>에서, 그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그 치욕스러운 기억들을 굉장히 비장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굉장히 돋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독자들에게는 <남한산성>을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주전 vs 주화
책을 읽는 내내,
주전파(김상헌)와 주화파(최명길) 간의 의견충돌 장면에서는 주화파의 주장에 손을 거들게 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역사로서의 병자호란을 익히 접한 터라,
즉 병자호란의 마지막 결말을 알고 있는 후세인(後世人)이기 주화론에 찬성한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병자호란의 '병'자도 모르는 입장이었다면,
주전파가 사나이 답고 의(義)와 예(禮)를 중시한다며 응원했을 겁니다.
정세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정보가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해 준 부분이기도 합니다.
소설 남한산성에서 비친 조선의 신하와 임금은 정보의 중요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청나라 황제가 조선땅을 밟았는지도 모르는 정보력,
망월봉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무방비로 상태로 내버려두는 실수 등등이 일어났겠습까...
이런 상황이니 '요놈이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것은 임금이나 신하나 매 한가지였던 모양입니다.
장님 코끼리 코 만지기.......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니,
서로 갑론을박하며 시간만 축내는 신하들의 대화 내용을 읽고 있자하니,
현장실무는 모른 채 탁상공론에 빠진 오늘의 공무원 세계와 같구나 싶었습니다.
뚜렷한 소신조차 없는 영의정 김류를 보고 있자니,
역시 살아남는 자는 다르구나 싶어 씁쓸했습니다.
시시콜콜한 사항도 임금에게 알리고,
보고 받은 임금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를 보고 있자하니,
모든 책임을 임금에게 돌리려는 신하의 속셈에 놀아나는 임금이 불쌍하더군요.
마치 눈 먼 사람들끼리, 코끼리의 코만 만져보고,
어떻게 생겨먹은 짐승인지 판가름하는 작태를 읽고 있자하니,
침소봉대의 세상이 따로 없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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