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 끊임없이 해법 찾는 게 인생이고 야구다



[한겨레] [한겨레가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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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정규리그 2연패’ 김성근 SK 감독


리더는 결과 안좋으면 무시당해…새벽까지 연구

조직위해 선수와 1대1 식사않고 아내 구장 못오게


조국인 한국에 와 들었던 치욕적인 말은 ‘반 쪽발이’였다. 달걀세례까지 받았다. 그가 하는 야구는 ‘쪽발이 야구’라는 놀림도 있었다. 코웃음 치고 업신여기는 주변의 시선에 화낼 만도 했건만 개의치 않았다. “그들이 나를 욕했던 것은, 그만큼 내가 강하다는 것 아닙니까?” 약하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욕은 또다른 자극제가 됐다. 그렇게 혹독한 시련 속에 지도자로 변신했다. 마침내 엘지(LG)의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었지만, 팀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한 것도 불과 6년 전의 일이었다.

중하위권에 머물던 프로야구 에스케이(SK)를 맡아 2년 연속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한 김성근(66) 감독. 1964년 영구 귀국한 뒤 44년의 세월이 흘렀다. 언제부터인가 ‘야구의 신’이란 뜻의 ‘야신’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에겐 ‘독종’이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승부에만 집착하는 인정사정 없는 지도자’란 뜻이다. “아홉 경기 반 차로 앞설 때, 난 경기 차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그건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매경기에 충실한다”는 말만 들으면 그런 비난도 받을 법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우승해 일본 코나미컵에도 출전했지만, 그 대회가 끝나자마자 휴식도 없이 일본에 설치한 2군 캠프로 발길을 돌렸다. 김 감독은 “다른 팀들은 아마 관광도 하고 그랬을 것이다. 난 2군을 탄탄하게 만들지 못하면 다음 시즌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코치진들과 함께 캠프로 간 것이다”고 했다.

결국 김 감독의 그런 안목이 정규리그 2연패라는 열매를 맺었다. 올시즌 몇몇 주전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가장 ! 탄탄한 팀을 꾸릴 수 있었다. 그는 “리더는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결과가 안 나오면 무시당한다. 거기서 나는 선수, 코치와 싸운다. 내가 하는 방식에 불만이 있어도 결과가 나오니 따라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근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뒤에도 팀이 야간경기에서 패하자, 야간훈련을 시켰다. 선수들이 진 이유를 알고, 내일을 더 잘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승은 과거의 기록으로 남을 뿐 미래가 아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선수들은 오전 11시부터 자율적으로 나와 개인훈련을 했다. 그의 방식이 이젠 선수들에게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돼 조화롭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팀이 질 때마다 두 시간이나 걸어서 숙소로 돌아간다. “경기가 끝나면, 패인이 무엇일까 복잡한 생각에 답답해지지만, 걸으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감독인 내가 잘못 내린 판단은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도착할 때면 머리가 맑아지곤 하죠.” 숙소에선 경기 중 메모했던 각종 노트와 기록지, 서류를 들춰보고는 새벽 두 시나 돼야 잠자리에 든다. 정규시즌이 아직 남아 있고, 포스트시즌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10월 스케줄부터 11월 일본 캠프훈련 계획까지 다 짜놓았다. 늘 선수들에게 제시할 카드를 앞! 서 준비해 놓는다.

지독한 훈련, 끊임없는 연습이 에스케이를 이렇게 강한 팀으로 변모시킨 걸까? 김 감독은 훈련보다는 선수들의 생각이 먼저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에스케이를 맡았던 것은 2006년 10월이었다. “고대 연습장이었어요. 선수들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는 ’아차, 이거 잘못 맡았구나,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곤, 돌아오는 길에 어떻게 하면 이 팀을 잘 이끌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내가 설사 쓰러지더라도 약점을 보이지 않고 노력해서 선수들을 이끌고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시도했던 가장 중요한 훈련이 ‘미팅’(정신교육)이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해 올 3월까지 계속된 캠프에서 매일 저녁 하루도 빠짐없이 40분에서 1시간 가량 미팅이 계속됐다. “선수들에게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일깨우고자 했죠. 생각이 바뀌도록 매일 강의 주제를 바꿨습니다. 그걸 준비하느라 가져간 책만 두 상자나 됩니다. 그것도 모자라 일본 현지 서점에서 좋은 책을 구했죠.” 그의 집엔 이런 서적만 500여권이 훨씬 넘는다. “5위나 4위 팀을 우승시키는 ! 것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하던 그는 어떤 꼴찌팀을 맡 틉 3개월이면 선수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자신있다고 했다. 그의 이런 말이 전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보여준 노력과 진실성 때문일 것이다.

김 감독은 일화를 끄집어냈다. 숙소 앞 호프집에서 작년에 은퇴한 선수를 최근 우연히 만났다. 그 은퇴 선수는 “감독님 식사는 어떻게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감독의 식사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는 물론이고 코치하고 절대로 일대일로 밥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서로 각자 위치에서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것을 잘 하지 못하면 조직에 분열과 질투, 불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도자는 늘 외롭고 힘든 것이라고 했다. 괴로울 때면 혼자 나가 맥주 한 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온다.

김 감독은 열광적인 야구팬이었던 여대생을 아내로 맞았다. 부인 오효순(63)씨는 결혼 이후 42년 만에야 야구장을 구경하게 됐다. 김 감독의 1천승 기념행사 참석 때였다. 김 감독은 “감독 부인이라고 야구장에 오기 시작하고, 코치 아내들을 만나게 되면, 어떤 부작용이든 나올 수 있다. 야구팀에서만 감독과 코치의 위계가 있을 뿐인! 데, 잘못 되면 분위기가 흐트러진다. 그래서 오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라고 했다. 감독으로서 선수와 코치, 가족과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야구를 통해 결국 인생이 무엇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습관과 성격까지 바뀐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면 세상에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어김없이 일기를 쓰고, 과거에 안 된다고 생각했을 때의 일기를 들여다본다. 그 일기가 프로 원년부터 지금까지 쌓여 있다. “끊임없는 시도와 방법의 변화, 그 속에서 수많은 아이템이 나오고 해결 방안도 있다”는 김 감독은 “그게 바로 에스케이 야구의 본질이자 인생 그 자체”라고 했다.



날품 노동자의 아들…막일 응용해 야구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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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말기인 1942년 일본에서 날품 노동자인 아버지 밑에서 6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난 김성근 감독은 대학을 나온 형과 누나들이 교토의 공사장에서 막일을 해야 할 정도로 지독한 가난 속에서 자랐다. 6남매 중 5남이었던 그는 집에는 막내동생과 어머니뿐이어서 기댈 사람이 없었다. 그 환경이 그를 강하게 했다. 중3부턴 신문배달을, 고1부턴 우유배달을 했다. 배달 때마다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 체력향상에 신경을 썼다. 자전거에선 안장에 앉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 그래서 허벅지가 굵어졌다. 초등학교 때 100m 달리기에서 3등도 못해 본 그가 훌륭한 투수로 성장하게 된 배경이다. 돈이 없어 거리가 6~7㎞되는 학교를, 야구가방을 둘러메고, 발뒤꿈치를 세우며 걸어다녔다. 한손엔 연식 정구공을 들고 악력을 키웠다. 고교 때 공사장 웅덩이에서 흙을 삽으로 퍼올리는 일도 했다. 팔힘이 부족해 흙이 머리 위로 다시 흩뿌려지자,! 하체를 이용해 퍼올려 보니 문제가 해결됐다. 그에겐 생활이 모두 야구훈 쳄 과정이었고, 그걸 즐거움이라 여겼다. 그래서 그는 소질보다 후천적인 것을 더 믿는다.

2006년 지바롯데 코치로 일본에 2년 머물 때 삶에 대한 여유와 안목을 가졌다고 했다. 야구와 세상을 더 넓은 시야로 보게 된 것이다. 승패에 집착하던 것에서 벗어나, 어떻게 겨루느냐로 발전해 갔다. 1997년 신장암 수술 때는 죽음보다 야구를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를 더 걱정했다. 그는 야구가 자신의 삶과 건강까지 보장해 주고 있다고 했다.  권오상 기자



[ 야구 포스트 보기 ]

SK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의 야구인생


누구나 바닥부터 시작한다. 루 게릭처럼....


김인식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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