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 메디치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 메디치


얼마 남지 않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일이....


해마다 이 즈음이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누구에게 빚진 것 같은 마음을 갖게 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류의 사람이긴하나 아픔과 그리움의 간절함은 내색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얕은 것 같다.


가끔 그리워질 때면 유튜브에 올려진 동영상을 보거나, 이렇게 이 분을 소재로 한 책을 읽는 정도이다.


김대중 &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씨가 낸 책 '대통령의 글쓰기'를 통해

1.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이 분들의 국민과 국가에 대한 진정성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2. 현직 대통령과의 수준차가 너무 심하다는 걸 느꼈다.

3. 이들이 지금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계셨다면 얼마나 황홀한 세상일까 상상해 봤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살기좋은 나라가 되었겠지.......





주요 발췌문

P60.

메모는 메모지에만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지원이라는 청와대 내부 전산망 안에 실마리 파일이라는 기능을 만들어 놓고 글쓰기거리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시간날 때마다 이곳에 들어와 조금씩 살을 붙여 나갔다. 

오바마는 진보시대의 진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오바마의 개혁이 주춤거리거나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략) 개혁이 흔들리는 사례와 개개의 원인, 근본적인 원인 등에 관한 자료를 모아봅시다.”

서거 이틀 전에 사람 사는 세상사이트 자료 찾기 게시판에 남긴 메모 글이다.

 

[나의 생각....]

자살할 사람이 과연 이런 글을 게시판에 올려 놨을까 ?

진실은 둘 중 하나일거다.

1. 게시판의 글이 노 대통령이 올린 글이 아니다.

2. 노 대통령의 사인(死 因)이 자살이 아니다.

둘 중 하나는 거짓일 것만 같다.

 

 


P62.

적자생존이란 말이 있다.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P130.

가장 좋지 않은 마무리는 질질 끄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설가 안정효는 『글쓰기 만보』에서 재미있는 비유를 했다. “장황한 종결은 낭비다. 그것은 꽃상여와 비슷하다. 살아서는 뼈 빠지게 가난하여 누더기만 걸치고 옹색하게 살았던 사람이 죽은 다음 만장을 휘날리며 꽃상여를 타고 가서 어쩌겠다는 말인가.”

 

 

 

P155.

일본에 대해서 한마디 꼭 충고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들은 흔히 지각없는 국민이 하더라도, 흔히 인기에 급급한 한두 사람의 정치인이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적 지도자의 수준에서는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국민이, 우리 정부가 절제할 수 있게 일본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 이상의 말씀은 더 드리지 않겠습니다.”

2004년 삼일절 기념식 연설문 중


[나의 생각....]

이 연설문은 상대편(일본 지도자)에게 외통수를 날리는 명문이다.




 

 

P160.

짧은 말은 긴 말보다 결코 쉽지 않다. 짧은 말 속에 모든 것을 얘기해야 하고, 또한 핵심을 찔러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명문장가 이덕무 선생은 이를 이렇게 얘기했다. “간략하되 뼈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상세하되 살찌지 않아야 한다.”(한정주.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포럼) 에이브러햄 링컨의 캐티즈버그 연설은 단 266개 단어였다. 이 자리에 함께 했던 당대 최고의 웅변가 에드워드 에버렛Edward Everett은 두 시간 가까운 연설을 했다. 그야말로 연설하고 있네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결국 아무도 에버렛의 말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아는 얘기 중에, 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출판사 원고를 보내 후 반응이 궁금해서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

이에 대해 출판사에서 답을 보내왔다.

“!”

그 결과로 『레미제라블』이 탄생했다.

 


 

나는 학부 강의에서는 마지막 5분 동안에 그날 강의의 요지를 적게 합니다.

그것이 시와 관련이 없지 않습니다. 안다는 것은 복잡한 것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때, 다시 말하자면 시적인 틀에 담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영복 담론 P57

[나의 생각....]

이 책의 내용과 신영복의 담론에서 발췌한 부분 내용이 핵(核)은 '간결!!!!!!'이다.

간결은 전부를 이해하고 앎에서 생기는 것이다.





P184.

단순명쾌함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글이 명확하고 단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글을 쓰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진다.

둘째,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메시지를 단순하게 정리할 수 없다.

셋째, 과욕은 금물이다. 집토끼도 잡고 산토끼도 잡으려 하면 복잡해진다. 복잡해지면 꼬이고 어려워진다.

넷째, 독자를 믿어야 한다. 믿지 못하면 구구절절해진다. 노파심은 노파심일 뿐이다.

 

 


 

P203.

대통령 스피치라이터의 조건은 무엇일까? 거두절미하고 얘기하면,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략~ 스피치라이터야말로 영혼이 있어선 안 된다. 대신, 연설하는 사람에 빠져 살아야 한다. 그 사람에게 빙의되어야 한다. 그 사람의 아바타가 되어야 한다. 연설 현장에 가면 그 분은 어떤 생각, 무슨 말을 할까? 그것만 생각해야 한다. 그 사람의 논리 전개 방식과 고유의 표현 방식, 어투나 호흡, 즐겨 쓰는 용어와 농담까지 철저하게 따라야 한다.

 

 


 

P232.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를 붙들고 오열하는 모습은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주었다. 비록 당국의 반대로 추도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은 어느 연설보다 위대한 웅변이었다. 함석헌 선생이 “눈에 눈물이 어리면 그 렌즈를 통해 하늘나라가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러한 눈물도 흘리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타고난 품성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눈물은 악어의 눈물로 비쳐질 수 있다. 실제 그런 정치인을 우리는 많이 봐 왔다.

진짜를 보여줘야 한다. 가짜는 금새 들통 나게 돼 있다. 만들어낸 가짜는 반드시 실패한다.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오열하는 모습

 사진출처 : 경향신문

[나의 생각....]

위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음이 조금씩 느껴진다.

저 너머 김OO 당시 국회의장의 마음 역시 느껴진다.

그런데 두분의 온도차는........



 

P264.

남북정상회담에는 연설문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북행길 군사분계선 도로 변에 놓일 표지석 문구도 정해야 했다. 연설비서실에서 평화를 여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을 보고했다. 대통령은 이미 김대중 대통령이 열어 놓은 문을 내가 가는 것이니 평화를 다지는 길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P296.

1998 2 25일 취임식. 나는 아직도 이 대목을 기억한다.

 

올 한 해 동안 물가는 오르고 실업은 늘어날 것 입니다. 소득은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속출할 것 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취임사를 읽다가 말문이 막히며 울먹였다. 




P300.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는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에게 보낸 편지였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2009 7 1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집을 떠나면서 침상에 걸터앉아 시진핑 부주석에게 보낸 편지에 金大中이라고 서명했다. 이 편지에서 김 대통령은 2개월 전 베이징 방문 때 보여준 중국의 환대에 감사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당부했다.

 

 

 

P303.

왕관을 쓰려는 자, 글을 써라

김대중 대통령은 늘 강조했다.

지도자는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쉽고 간결하게 말하고 글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중략~

2000 5월 광주 민주화 운동 20주년 연설도 이렇게 시작한다.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저미는 충장로 금남로

그리고 전라남도 도청에서 빛도 없이 스러져 간 수 많은 민주주의 영웅들을 생각할 때마다 

저는 한없는 슬픔과 감동을 느끼며 새로운 각오를 합니다.”

김 대통령의 영웅론은 색다르다.

영웅이란 높은 데에 올라가 포즈를 취하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말하는 사람이다. 자기의 생각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이 영웅이다.

그러니까 리더는 말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P305.

민주주의는 말이고 글이다. 말과 글을 통하지 않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민주주의 시대 리더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리더는 자기 글을 자기가 쓸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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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6 - 여준영이 바라 본 노무현

2009/09/21 - 노무현 회고록 - 보고 싶은 책

2009/08/24 - 노무현,마지막 인터뷰

2009/08/20 - “해박함에 존경심 절로…따뜻한 눈빛 못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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