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이 지배하는 세상

여준영 대표가 보내는 쫌생이 경영자를 위한 변명

일전에 아는 지인과 함께 잠깐 일을 같이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간혹 지인이 "나는 큰 테두리를 파악할 뿐이지,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쓰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그러한 견지 자체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실무 진행 솜씨가 별로 였기에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수긍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디테일한 실무를 마치 '소설책의 오타 발견 혹은 수정' 정도로 취급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실무능력은 소설의 이야기 전개를 읽어 내는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자질로 간주하기에 이야기 전개를 읽어 내지 못하면서, 큰 테두리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길게 주장하다면 논쟁이 길어질 듯하고, 그를 설득할 수 있는 언변이 부족해서 대화를 짧게 마무리했습니다. 오늘 저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좋은 글을 발견하여 올려 봅니다.

예전에도 한 번 소개했던 프레인 '여준영' 대표가 쓴 글 입니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고 있는 CEO혹은 경영진의 참 모습과 자세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내 칠판.


작은 회사의 경영자 혹은 중역들은 
밤을 샐 일도 많고 
또 실무자들이 할 일을 직접 해야 할 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경영자들을 “진정한 경영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실무는 실무자에게 넘기고 
경영자는 그 시간에 좀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큰 그림을 그리는 경영자는 뛰어난 리더쉽을 가진 사람으로 치부되고
사소한 실무를 챙기고 밤을 새는 사장들은 
시야가 좁고 무능하며 쫌스러운 사장으로 취급 당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렇다면 과연 최고 경영자는 어느 선까지의 일을 해야 하고 
어느 선 이하의 일을 하면 안되는 것일까 

과연 
전략을 수립하는 사장은 옳고
문서 작업을 하는 사장은 그른가.
M&A 협상을 벌이는 사장은 대접이고 
바이어를 접대하는 사장은 종지 인가.

--------------------------------------------------------------------------
여기
10층  탑을 쌓아야 하는 가상의 조직이 있다.
한층 한층 쌓을 때 마다 일의 난이도는 높아진다.
조직원은 사장과 임원과 과장과 말단 직원 4명 이다.

이상적인 프로세스 대로 라면
사장은 10층 짜리 탑을 쌓겠다는 의사결정을 하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임원은 쌓는 과정을 설계하고 감독하며 
과장은 경험을 살려 실제로 탑을 쌓고 
말단 직원은 최초에 땅을 파고 재료를 운반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많이 다르다 .  
모든 기업이 
" 회장이 자동차 만들어라 하면 없던 자동차가  나오고 
반도체 사업해라 지시하면 이내 세계 최초 메모리를 떡 하니 개발해 내는 삼성전자" 
처럼 돌아가진 않는다.


아무리 사장이라해도
가장 높은 점인 10층에서 출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탑은 무조건 아래서부터 쌓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만일 모든 스탭의 힘을 합쳐 쌓아 놓은 탑이 5층에 머물렀다면
사장은 쥐고 있던 폼나는 설계도를 잠시 놓고 
삽을 들고 6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

일이 잘풀리면 사장이 옥상에 앉아있어도 되지만
일이 안풀리면 사장이 지하 부터 매달려야 하는게 
교과서가 아닌 현실의 기업이다.




결국 최고경영자의 업무 영역을 설정하자면 
“ 내 바로 아래 사람이 도달한 높이 “ 부터 
“ 내 조직이 목표로 삼은 높이” 까지
 
라고 볼 수 있다.

그 영역안에 굵직하고 스케일이 큰일들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실무자가 하지 못한 일이 끼어 있더라도 
그건  해야 하는 일이다. 



만일 조직의 목표가 단순히 10층 탑을 쌓는게 아니라 
10층 탑을 경쟁사 보다 더 잘 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사장이 말단 직원보다 땅을 더 잘 판다면 
땅끝까지 내려가서 말단 직원을 가르치고 조언 하는 일을 하는게 옳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말단 직원의 수준으로 파는 것 보다 
더 잘파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최고경영자의 업무 정의가 하나 더 추가 된다.


“ 내 조직에 속한 모든 스탭보다 내가 더 잘하는 일이 있으면 가능한 그 일에 직접 참여 하는 것 ”  

이다


물론 엄연히 머리로서의 역할이란게 있으므로
경영자가
하층부의 탑쌓기에 개입하지 않고 
그 질을 조금 양보하는 대신 
그 시간에 상층의 업무를 잘하려 노력하는 것
을 탓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과 
내가 앉아있을 곳은 10층이라고 고집부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 . 


고차원 적인 전략에 매몰되, 실제 회사 돌아가는 일에 소홀한 경영자 보다 
실무에 붙들려 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경영자가 
더 큰 낭패를 볼거라고 믿는건
큰 오산이다. 


궁극적으로
경영자가 5층으로 내려가지 않게 만드는 무기를 "인사"와 “시스템” 이라고 하는데 
그런 완벽한 시스템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면 사장이 필요없다) 





나는 그동안 공부를 아주 많이 한.
소위 스스로 관리형이라고 말하는 품위 있는 경영자들이
큰 그림이란 미명하에 
중간이 뻥 뚫린 이상한 모양의 탑 10층위에 여유있게 앉아 있다가 
추락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또 어쩔수 없이 저 아래 5 층으로 내려가 실무자들의 일을 도우면서 
“ 이건 내가 할일이 아닌데.. 내가 할일은 더 큰 전략인데 “ 라며 
끊임없이 투덜대고 괴로워 하는 경영자들도 많이 봐왔다.

탑이 정상적으로 올라가야 그 잘난  “내가 할일” 이란 것도 필요한 법이다.


자신이 5층에서 실무를 해야 한다고 해서 서글퍼 할 필요는 없다.
바깥에서 보면 그곳이 저층이지만 
자기 조직에서는 현재 그곳이 제일 높고 중요한 층 이니까 
제일 실력이 뛰어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분명히 맞다.
굳이 서글퍼 한다면 그 곳이 5층 밖에 안되는 조직의 현실을 슬퍼해야 한다.


조직은 경영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는 계주의 마지막 주자이고
자신이 출발해야할 곳은 바로 자신의 차하급자가 숨이 차서 멈추는 곳이다.



사실 
이런 정의는  
사장 뿐만 아니라 모든 직급에 다 해당 된다.  





관련글 보기  


반응형